

-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참 많다. 어쩌면 읽으라고 그렇게 신호를 보내는데 내내 외면하다가 이제야 읽게 된 게 신기할 정도라고나 할까.. 처음에는 소년이 온다 라는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연관책에 떠서 같이 장바구니에 담았었다. 사실 문학은 선호하지 않는 성격에 사기를 주저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가 노벨 문학상을 작가가 수상했다는 소식에 사려고 시도했으나..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보고 온몸이 아팠다는 후기들이 많아서 그 정도로 힘드려나 하는 생각에 주저했었다.
- 2024년 12월 3일.. 역사속에서 잊혔던 계엄령이 떨어지고 대한민국이 떠들썩했었다. 사실 나는 역사스페셜을 통해서만이 계엄령에 대한 무서움을 간접적으로 봤었다. 제일 먼저 국회에 달려 나가서 맨손으로 군인들을 저지하는 모습을 보고 진짜 저런다고? 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었다. 그때에도 그저 주저할 뿐이었다.
- 결국 국가의 원수, 나라의 원수가 탄핵을 받고 헌법재판소에서 밍기적거리면서 정말 화가 났다. 해가 바뀌었지만 정작 내 느낌에는 2024년 16월인 느낌이 들었다. 답답함에 그렇게 미루어던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구매를 했다. 그게 3월 22일이었다. 평상시에는 yes24에서 책을 구매하지만 처음 교보에서 구매를 했다.(yes24 사장이 국가의 원수아내와 절친이다) 그러면서 적립을 하지 않아서 취소 후 다시 구매하려 했으나.. 책이 이미 발송 준비 중이라서 23일에 받았다. 늘 모서리가 찍혀오던 yes24와는 차원이 다른 포장에 감격을 했다. 이렇게 나의 yes24사랑은 5년 만에 끝났다.
- 4월.. 3일에 4.3 제주항쟁이 생각나서 정말 날밤을 까며 읽기 시작했다. 왜 작가님이 자신의 책을 읽을때 작별하지 않는다를 먼저 읽기를 추천했는지 알 것 같았다. 중반까지는 오히려 심심한 느낌이 들었는데 담백하게 휘몰아치는 서사에 먹먹함을 금치 못했다.

- 경하는 제주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두통에 시달린다. 잠시 걷기위해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 나오다 인선의 와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에 가벼운 차림으로 병문안 갔다가 인선이 수술 후 손가락에 3분에 한 번씩 바늘에 찔려가며 아픔을 감내해야 함을 알게 된다. 차마 보지 못하는 경하와 달리 담담히 아픔을 감수하는 인선.. 인선은 경하에게 하나의 부탁을 한다. 자신의 터전에 키우고 있는 새 아마에게 물과 식량을 챙겨주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한다. 단호한 인선의 부탁에 제주로 날아간 경하. 인선의 집이 있는 P읍은 눈에 고립이 되며 찾아가는 경하가 고생을 한다. 그러면서 인선의 집에서 겪는 일들이 모호하게 다가온다. 꿈같기도 하고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는 그 순간이 경하에게는 인선이 달리 보이기도 한다.
- 그때 왜 몸이 떨리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마치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과 같은 떨림이었지만, 눈물 같은 건 흐르지도, 고이지도 않았다. 그걸 공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불안이라고, 전율이라고, 아니 이가 부딪히도록 차가운 각성 같은 거였다. 보이지 않은 거대한 칼이ㅡ사람의 힘으로 들어 올릴 수 없는 거대한 칼날이ㅡ허공에 떠서 내 몸을 겨누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걸 마주 올려다보며 누워 있는 것 같았다.
; 충격적인 사실을 접할때마다 이게 분노인지 두려움인지 파악이 안 되는 떨림을 가지고 며칠을 괴로워할 때가 있다. 그게 어떤 감정인지 어떤 느낌인지 몰랐는데 이 문장을 보자마자 이런 느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공감이 갔었다.
- 인생과 화해하지 않았지만 다시 살아야 했다. - 죽기를 결심했으나 다시 딛고 살고자 하는 마음이 딱 이랬지..
- 손가락 두 개가 잘린게 이만큼 아픈데, 그렇게 죽은 사람들 말이야, 목숨이 끊어질 정도로 몸 어딘가가 뚫리고 잘려나간 사람들 말이야.
; 직업적으로 칼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깊게 손을 베는 일이 종종 있다. 소설 중 인선처럼.. 물론 손가락 절단사고가 일어난 인선에 비해서는 아픔이 크진 않지만 그래도 쓰라리고 아플 때이면 학살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아픔을 짐작할 수가 없다. 타인의 고통을 100% 알 수는 없다고 하는데 고작 칼에 베인 상처도 아픈데 하는 마음에 먹먹해진다.
- 우리가 눈 위로 발자국을 남길때마다 소금 부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 숲이 소리치며 흔들리고 있다. 나무들이 이고 있던 눈이 흩날린다.
- 수십 포대의 설탕이 부어놓은 것 같은 눈이 안채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을 반사하고 있다.
- 양쪽 소맷단에 까만 보풀들이 물방울 처럼 맺혀 있었다.
- 수많은 흰 새들이 소리없이 낙하하는 것 같은 함박눈이었다.
; 경하가 움직이는 동선을 경하의 눈이 아닌 자연의 관점으로 말하는 작가의 관점이 놀랍게 느껴져서 밑줄 그었던 구간이다.
- 인선이 가슴에서 주먹을 뗀다. 심장을 내려놓듯 식탁 위에 가만히 놓는다.
- 그 후로는 엄마가 모은 자료가 없어. 심십사년 동안. 인선의 말을 나는 입속으로 되뇐다. 심십사 년..... 군부가 물러나고 민간인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
-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 자료가 쌓여가며 윤곽이 선명해지던 어느시점부터 스스로가 변형이 되는 걸 느꼈어.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더 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심장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이미 떨어져 나갔으며, 움푹 파인 그 자리를 적시고 나온 피는 더 이상 붉지도, 힘차지도 않으며, 너덜너덜한 절단면에서 오는 오직 단념만이 멈춰줄 통증이 깜빡이는..
; 끔찍한 소식들을 접하다보면 무뎌지면서 냉소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그러면서 아차 싶어서 뒤로 뒷걸음질을 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냉소적이게 변한 나도 그러면서 뒷걸음질 치는 나도 혐오스럽고 역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시간을 가지고 좀 더 관심을 가져야지 하면서도 감정적 소비가 쉽지 않다.

- 사실 이 책에 대한 정보는 일부러 피해가며 그저 4.3 제주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하나만 생각하고 책을 폈다. 사실 내가 책을 읽을 타임에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어요'가 인기가 있으며 제주 배경인데 왜 4.3 제주를 다루지 않았느냐는 의견들이 있기도 했다.
- 이 책은 경하라는 나와 사회초년생때 일하면서 친해진 나보다 언니 같은 인선이 나온다. 인선은 사진작가였다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었다가 지금은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나오고 나는 제주에 관해서 조사를 하다가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으로 집에서 틀어박혀지네 죽을 생각으로 유서를 몇 번이고 고치다 12월쯤 뜸했던 인선의 문자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심심하게 시작되는 이야기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4.3 제주가 일어났을 때가 당연히 이야기의 중심이겠거니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다 읽고 나서야 하게 되었다.
- 처음에 나의 시점으로 시작을 해서 내가 왜 악몽을 꾸는지 처음에는 잘 언급이 되지 않는다. 그저 제주를 조사하다가 트라우마를 겪게되고, 인선의 부탁으로 인선의 집으로 아마를 살리기 위해 궂은 날씨를 감내하며 도착하나 이미 아마는 죽은 채로 발견되어 경하는 나무아래 묻어주기까지 한다. 그러다가 인선의 침실에서 잠들었다가 일어났을 때 살아있는 아마와 인선을 마주하게 된다.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꿈인지 비현실적인 현상인지 모호한 상태에서 인선의 가정사를 듣게 되는데 문득 인선의 엄마와 인선 그리고 경하로 연결되는 아픔이 이어지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 이야기 후반부에 읽으며 4.3제주사건이라고 하면 제주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게 나의 무지였음을 알게 되면서 어쩌면 편견이 아니었을까 하는 참회를 하게 되었다. 제주에서 만의 일이 아니라 부산이나 진주 등 다양한 지역으로 수감하고 보도연맹 학살 사건과 전쟁이 엮이면서 신원이 확보되지 않은 수많은 희생자들이 나오며 행방불명되는 사례가 수도 없이 나왔다는 것을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한 가족이 어떻게 트라우마에 갇혀 살았는지 그리고 인선은 기억함으로써 차차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우리는 잊어야 한다고 강요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 반대로 작가는 잊지 않고 작별하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아픈 역사일수록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하지 않던가. 잊지 말아야 한다.
- 저자
- 한강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21.09.09
24.04.03. 잔인한 4월.(제주 4.3사건)
4월 하면 늘 붙는 단어가 있다. 바로 잔인한 달이라는 말.. 유독 4월은 역사적으로 큰 사건들이 많다. 그중에 최근에 자세하게 알게 된 사건 중에 하나가 바로 제주 4.3 사건이다. 언론에서 건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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