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가장 게으른 시간은 매주 수요일이 아니었나 싶다. 매주 수요일이 유일한 나의 쉬는 날인데 요즘은 그래도 산책이라도 다녀오려고 한다. 문제는 다녀오고 나면 뻗어서 저녁 6시까지 잔다는 거... 종일 무슨 저속 충전하는 것처럼 꾸벅꾸벅 졸다가 코를 골고 잔다고 한다. 요즘 일찍 자려고 노력을 하는데도 피로가 안 풀리는지 계속 종일 잔다. 보통은 산책 다녀오면 오후 1시쯤 되는데 그때 잠깐 잔다는 게 그만 저녁 6시까지 잠들었다가 일어나서 씻고 블로그 포스팅 썼다가 잠시 쉬어야지 하고 침대에서 책을 펼치고는 그대로 딥슬립... 참 아이러니한 게 20대 때에는 그렇게 불면증이 심해서는 고생을 많이 했었다. 생활패턴이 지금과는 다르게 완전 야행성이어서 며칠이고 밤을 새워서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체력이 어디에 있었나 모르겠다. 게다가 척추가 절 진화가 되었는지 자꾸 바닥에 누워 있거나 소파에 누워 있었는데 지금은 잠들까 봐 진짜 자야지 하는 순간이 아니면 절대 눕지 않는다. 정말 신기하지.. 20대와 30대가 이렇게 생활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니...
처음에는 화요일 저녁마다 내일 수요일은 쉬는 날이니까 평상시에 길게 못보던 책을 봐야지 하고 이것저것 지정해놓기도 했었다. 그래놓고 정작 수요일에는 방전되어서 거의 기절해 있다시피 하다 보니 다음날인 목요일에 굉장히 자책하곤 했었다. 왜 잤을까.. 쉬는 날에 이 책도 읽어야 하고, 저 책도 읽어야 하고, 필사도 해야 하고 등등해야 하는데 안 했다로 늘 자책하고 미워하곤 했었다. 너무 종종거리며 사는 게 습관인양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여름쯤에 너무 덥기도 하고 기력도 없고 해서 아예 통으로 2주쯤 책을 아예 안 읽은 적이 있었다. 적어도 한 바닥, 아니 한 줄은 읽었는데 아예 책조차 펴지 않았었다. 어느 순간 책에 짓눌린다는 생각에 부담으로 다가왔었기 때문이다. 누가 칼 들고 위협한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읽기 시작했던 습관이 어느새 부담이 되는 것을 보고는 굉장히 충격을 받았었다. 처음에는 전자책에 듣기 기능이라고 해서 AI가 읽어주는 기능이 있는데 그것을 사용했다. 처음 한두 마디는 듣는데 이후 집중력이 저하되는 것을 느꼈고 어느 순간 소음으로 인식하는 나를 보고는 느리더라도 꼼꼼히 읽고 정말 내키는 만큼씩 느리더라도 천천히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몇 권 읽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의 본업인 요리사와 휴식과 공존하는 나중에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고 싶은 취미생활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책을 읽는 행위에 집착하기보다는 읽고 기억하고 메모하고 곱씹는 시간을 조금씩 가져가려고 한다. 피곤해 죽을거 같을 때에는 에라 오늘 안 읽고 일찍 잘란다 하고 불 끄고 눕는 과감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한 3일 그러니까 슬그머니 일어나서 책을 보게 되더라. 그전에는 책 표지만 봐도 부담 이만배였는데.. 아마도 나는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다 버리지 못한 완벽해지고 싶은 완벽주의 성향이 커서가 아닐까 싶다. 뭐 오늘 게으르면 어때.. 내일 조금 더 움직이고 더 읽고 더 쓰면 되는 거지.. 하는 마음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 여태 잘하고 있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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