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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0. 올해 이불킥 했던 순간은?

hello :-) 2024. 12.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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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이불킥을 했던 순간은.. 아무래도 내가 근무하는 매장의 무인주문기를 끄는 열쇠를 분실했을 때이다. 집에서 쉬고 있는데 사장님한테 연락이 왔었다. 매장에 무인주문기를 끄려고 하는데 혹시 열쇠를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하느냐는 전화를 받고는 3초 정도 멍해졌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무인주문기(일명 키오스)를 켜고 열쇠를 어디다 두었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매장에는 무인주문기가 있는데 다른 지점의 무인주문기를 중고거래해서 사장님이 데리고 온 녀석이다. 열쇠로 열어야만 내부에 전원 스위치가 있어서 끌 수가 있는 장치다보니 열쇠가 꼭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그 열쇠가 단 하나밖에 없어서 없으면 영원히 끄지 못하고 켤 수 없는 구조이다. 그러다 보니 매일 아침에 그 열쇠를 놓아두는 곳에 열쇠를 놓아두고, 퇴근하는 길에 거기에 열쇠를 두거나 아예 무인주문기에 열쇠를 꽂아놓는 경우가 많았다. 

 전화를 받고서 매장으로 뛰어가겠다(거리는 뛰면 9분, 걸어서는 15분 거리에 회사가 있는 아주 좋은 근무환경임)고 했더니 사장님이 그럴필요는 없다고 해서 뭉그적 거리고 있었다. 변명이 맞지만 뭉그적 거릴 수밖에 없었던 게 밖에 온도가 당시에 35도가 넘어가고 있는 한여름이었다. 평상시 전화통화를 1도 안 하는 내가 갑자기 전화를 받으니 누구냐고 해서 사장님이 매장에 열쇠가 없다는데라고 했더니 당장 가보라며 혼이 났었다. 결국 타의로 선풍기 앞에 널브러져 있던 내가 주섬주섬 외출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매장으로 뛰어갔다. 매장에 갔더니 사장님 어머니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왜 왔느냐는 표정이었다. 사실 열쇠 찾으러 왔다고 했더니 그럴 필요 없다고 켜놓고 가면 된다고 하셔서 아니라고 아니라고 전기세 아깝다고 찾겠다고 해서 홀이며 주방이며 열심히 열쇠를 찾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어디에 열쇠를 놔두고 이 짓을 하고 있을까 현실 자각타임을 갖고 있는데 뭔가 자꾸 나에게 기운을 보내는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딱 들었는데.. 카운터 앞 컵라면 위에 은색 물체가 보여서 다가갔더니 열쇠가 '나 여깄 어 나 좀 보라고!!' 하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은 나는 열쇠 찾았다고 우렁차게 외치고 사장님 어머님은 설거지하다가 고무장갑 낀 채로 뛰어나와서 축하해 주셨다. 축하를 받으면서도 이게 이럴 일인가 싶긴 했지만..ㅎㅎ 

 사실 아침에 머리가 너무 산발이라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카락을 다시 풀고 꺼진 무인주문기 까만 화면을 거울삼아 머리를 묶으면서 무인주문기를 켜고는 그 위에다가 열쇠를 올려놓은 것이다. 이런 정신머리를 보았나... 그래도 다행으로 열쇠를 아무도 가져가지 않아서, 손대지 않아서 그 열쇠가 하루종일 컵라면 윗면에 가만히 놓여져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너무 해맑게 좋아하느라 나의 엄마도 아닌 사장님 어머니를 그 더위에 끌어안고 방방거리고 뛰었던걸 생각하면 이불킥이 당연히 떠오르지만.. 뭐 그래도 일이 해결되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그만큼 내가 사장이다 하는 마음으로 일한다는 거니까.. 그러고 보니 우리 엄마는 안아드리지 않았구나... 이 글 쓰고 나면 한번 안아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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