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모든 것들. 즉, 우울, 분노, 손실, 모욕을 쉽게 사라지게 한다. 인생이라는 짧은 꿈에 비해 시간의 무한한 밤은 얼마나 긴가.
오늘은 좀 아픈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지는 가장 최고의 선물은 망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문득문득 해본다. 블로그에서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하곤 했지만 난 8살부터 19살까지가 너무 힘들었다. 보통의 사람은 그 시기에 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다. 학교에서 배우는 가장 값진 것 중에서 우정과 규율을 배운다. 불행하게도 나에게는 그런 행운이 깃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폭력 선생님을 만나서 고생을 한 건 아니지만 유난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는 입학한 학교와 다닌 학교 그리고 졸업한 학교가 다른 데다가 하필이면 다른 지역도 아닌 고만고만한 곳으로 다녔었다. 버스 타고 3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였다. 거기다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하는 성향상 다른 친구의 비위를 맞추기는 너무 싫어했던 대쪽 같은 성격을 가졌던 나로서는 왜 남 화장실 가는데 따라가야 하는 것인지, 내가 왜 다른 사람 과잣값을 내줘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이미 무리 지어진 아이들에 틈새로 파고들고 싶지 않아 혼자 다녔었다. 그런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다른 선생님들이 나를 챙겨줬었는데 (근데 왜 담임 선생님은 방관했을까?ㅎㅎ) 그게 또 아이들 눈에는 아니꼬워 보였나 보다. 그렇게 투명인간 취급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겪었다. (초-중-고가 한 구에 다 있었음... 즉 이 말은 이 친구의 친구가 나랑 계속 엮였었다는 것..)
그때는 정말이지 세상에 내편이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심각하게 고민해서 엄마에게 고민상담을 하면 "니가 따돌림받을 행동을 했겠지."라는 말을 들었다. 글쎄다. 진짜 궁금해서 왜 나를 따돌리느냐고 주도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친구에게 따졌던 적은 있었는데 내가 너무 저돌적이었는가 주동자가 자리를 피했었다. 덕분에 괴롭힘의 수위는 좀 낮아졌었다. (하긴 보통 미친년처럼 보이지 않았나 보다... 눈에 뵈는 게 없었거든..ㅠ) 그때는 진짜 학교를 벗어나서 밥값을 하고 돈벌이를 빨리 했었으면 하는 마음반, 서른 전에 내가 과연 살아 있을까 하는 어이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가라고 고사를 지냈었다. 시간이 흐르고 대학생활을 하고, 느닷없이 전공학과가 없어지고 어수선한 상황에 휴학 후 무사히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해오고 있다. 나조차도 밥벌이는 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도 자유분방하고 엉덩이에 불붙은 망나니처럼 자유로운 생활을 했던 내가 규칙적이고 챗바퀴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20대때에는 아직 마음에 남아 있던 우울과 분노로 인해서 나를 참 내가 힘들게 했었다. 생판 모르는 남이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는 것을 괜히 나를 욕하며 웃는 게 아닐까 하는 피해망상을 가지기도 했었고, 사소한 행동에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나 하는 망상까지 하기도 했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지금은 나를 그렇게 힘들게 했던 사춘기 소녀시절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물론 아픈 기억뿐 아니라 좋았던 기억도 모두.. 아마 그때 기억이 너무 괴로워서 방어기제로 모든 기억을 내가 지운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떠올리고 기억하고 싶진 않다. 시간이 내어준 선물이 아닐까.. 내 인생에서 그 구간을 없애도 소소한 행복을 맛보는데 이상이 없기에 그냥 지워버린 게 아닌가 싶다. 지나고 보니 그때의 내가 안쓰럽고 기특하다. 그래도 나쁜 생각 안 하고 버티고 버텨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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