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발견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빈약한 지성이 아닌 선입견과 편견이다. 선입견과 편견은 일종의 후천적 성격으로, 진리와 대립한다. 이는 마치 배를 육지가 아닌 바다 쪽으로 밀어내는 역풍과 같아서 닻이나 돛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따라서 후천적인 성격을 어떻게 획득하느냐에 따라 진리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진다.
부끄럽게도 선입견과 편견이 가득한 사람중에 하나이다. 안 그러려고 하지만 나도 모르게 사람을 어느 정도 판단하고 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명 똥고집도 있는 데다가 아집이 있는 성격이라는 것을 작년에야 크게 깨달았다. 아마 블로그에도 포스팅을 했었던 일화인데 작년 이맘때쯤에 근무하고 있는데 매장 안으로 한 중년 남성이 들어와서는 뭐라 뭐라 소리를 질러서 화들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 발음도 불분명하고 거의 호통에 가까운 소리라 매장 내에 식사 중인 손님도 놀라고 나 역시 화들짝 놀랐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기도 전에 버럭버럭 화를 내길래 당혹스러운 마음도 있고 무서운 마음도 덩달아 있었다. 다짜고짜 뭐라고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무슨 말하는지 도저히 못 알아듣겠는 데다가 삿대질을 해서 놀란 마음에 일단 매장 밖으로 쫓아내었다. 한 10분이 지났을까 다시 그 중년 남성이 들어와서는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그때는 매장 내에 나 밖에 없는터라 무서운 마음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흉기를 주머니에 넣고는 침착한 척 나가서 카운터에 서서 멀찍이 서서는 뭐가 문제인지 물어봤었다. (사실 처음부터 차분하게 물어봤었어야 했다.)
결국은 불분명한 발음때문에 대화가 되지 않자 종이와 펜을 가져와서는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 들어서 그런데 좀 써보라고 안내했었다. 알고 보니 치과를 가야 하는데 길을 모르겠다는 내용의 필담이었다. (불행하게도 글씨도 악필이라서 한참 걸린 건 비밀이다.) 마침 내가 퇴근 직전이라 잠시 기다려보라고 하고는 나도 핸드폰으로 치과를 검색하고는 매장 근처 두세 군데가 있음을 알고는 설명해 드렸다. 안타깝게도 귀도 어두운 데다가 중년 남성분이 핸드폰이 없는 분이라 길을 건널지 말건지 물어본 다음 길 건너지 않고 가는 치과가 있는 건물 앞에 데려다 드리며 그 건물의 몇 층인지 안내해 드리고 돌아서 내 갈길을 가려고 했었다. 그분이 다급하게 나를 부르더니 이렇게 길을 알려주고 데려다줘서 고맙다고 자신이 그 길의 맨 끝 술집 주방에서 근무하니 오면 서비스를 주겠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이야기하셨었다. 난 술을 먹지 않는 데다가 같이 갈 사람이 없다고 다음에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길 바란다고 나름 멋있는 척을 하고 돌아섰다. 하지만 마음에는 죄책감이 들었다. 남루한 차림에 목소리가 크고 발음이 불분명하다는 것 하나로 술 취한 취객이라고 생각한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아차 싶어서 시간이 오래 걸려서 도와줘놓고는 생색내는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지금도 완전히 선입견과 편견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적어도 그러려니하고 상대에게는 한두 번 양해를 구하고 다시 되묻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방향으로 한번 더 생각해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하물며 주문서도 두세 번 볼 때는 분명 내가 볼 때는 김치볶음밥이라고 보고 만들었는데 기사님 호출하 고나서야 김치찌개인 것을 발견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정말 눈깔이 삐었거나 뇌가 그렇게 판단한 것이거나 둘 다이 거나 어떠한 이유에서든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으려고 오늘도 발악을 한다. 물론 호락호락하게 당하고 있지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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