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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4 일상

24.10.08. 어차피 남들의 견해는 호의적이지 않다.

hello :-) 2024. 10.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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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의 역사학자 타키투스는 지혜로운 자조차 가장 포기하기 힘든 것이 명예욕이다라고 했다. 이러한 어리석음을 제대로 직면해야 한다. 인간의 생각은 대부분 틀리거나 왜곡되어 있고 불합리하다. 그런 까닭에 잘못된 생각들에는 아무런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없다. 타인의 의견은 거의 모든 상황에서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 그들의 견해는 태부분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이가 타인이 하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상한다. 결국 명예도 사실은 간접적인 가치만 지닐뿐, 직접적인 가치는 없다. 

 만약 타인의 의견에 휘둘리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난다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 그 결과 한층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결코 믿지 않는 문장이 있다. 바로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혹은 "기분 나쁘지 말고 들어"라는 문장이다. 사실 들어보면 별말이 아니다. 나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고, 기분 나쁘라고 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어찌 보면 다른 사람의 말을 죽어도 안 듣는 스타일이라 주변에 친구하나 없이 정말 특이한 경험을 많이 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약선학과라고 해서 한의학과 한식조리가 결합된 과였는데 학문으로 만들기에는 버거웠는지 만들어진 지 2년 만에 학과가 통폐합이 되면서 선배는 물론이고 동기들도 자퇴하거나 편입했다. 집 형편이 넉넉한 게 아니라서 학비를 줄이고자 일주일 넘게 학교에서 노숙하면서 장학금을 타서 겨우 학비를 줄이다 보니 학교를 그만둘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제일 싫어하던 수학과 영어공부를 해서 다시 성적을 만들 자신이 없었다. 참고로 나는 수시로 합격한 거라 거의 고2 때 이후 공부에 손을 놨었는데 2년 동안 머릿속에 백지인데 공부한다고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어 보였다. 약선학과로 오라고 영업하던 선배들은 다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자퇴하고 편입하라고 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선에서는 어떻게든 졸업하는 게 최선으로 보였다. 

 동기들이 모두 자퇴하고 나혼자 재학 중이다 보니 학교에서도 골머리였다. 왜냐면 복수전공에 부전공을 선택했던 나였기 때문.. 사실 교직이수도 하고 싶었는데 내 학번부터 교직이수가 안되게 교칙이 변경되어서 엿 먹어라는 심정으로 동양조리학과 복수전공에 부전공은 한식조리학과를 선택했던 거였다. (참고로 조리학부에는 서양조리, 한식조리, 동양조리, 약선학과 이렇게 있었음) 갑자기 본전공이 없어지면서 부전공과 복수전공만 남아버린 나는 이러다가 2년을 더 다녀야 하는 경우의 수가 튀어나와서 나 때문에 다른 교수님들이 머리 터지게 회의하셨다고.. 그러게 왜 니들끼리 과를 없애고 말고 하느냐고 학생의 의견도 안 물어보고... 결국 복수전공과 부전공을 학점으로 인정해 주고 교양과목을 오버해서 들은 것도 학점으로 인정해 줘서 제때 졸업은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약선학과에서는 2등 하던 내가 한식조리학과랑 묶이면서 4학년때에는 등록금을 전액 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때 왜 그리 돈이 너무 아까웠는지 모른다. (2등을 하면 학비 1/3을 장학금으로 받았었다. 대신 아르바이트를 안 했었는데 거의 140만 원 정도 받았던 걸로 기억이 난다. 그 당시 거의 아르바이트비였음..)

 그래서 그런가 한식조리학과 교수님이 나더러 요리에 재능이 없다는 둥 넌 전공을 못살리고라는둥 볼 때마다 자꾸 기를 꺾는 발언을 하셨었다. 근데 재능이 없을 수밖에.. 본인 제자들은 조리고 나왔고 난 대학 들어와서야 칼을 잡아보는 인문계 학생이었는데.. 그리고 내가 이걸 아주 잘 알아서 각종 이론수업을 죄다 들었다. 호텔조리학부 외식경영학과 마케팅론을 듣기도 하고, 정치외교학과의 정치와 미디어라는 과목도 듣고, 논어도 듣고.. 이론수업에서 거의 책을 달달 외워서 실습수업에서 까먹는 점수를 채워왔었는데.. 웃기게도 대학을 졸업한 지 수십 년이 지나고 아직 전공을 살리는 사람은 나랑 몇 없는 걸로 안다. 워낙 요리 쪽이 근무시간도 길고 박봉이어서 많이들 탈주해서 다른 일을 한다고.. 

 사실 내가 요리 쪽으로 전공을 틀게 된 이유는 내가 먹는 걸 엄청 좋아하는데 엄마랑 식성이 너무 달라서 내가 직접 만들어 먹기 위해서 요리를 시작하면서였다. 말 그대로 생존 때문.. 난 지금도 생각한다. 이맘때 이춘복 교수님이 말한 너는 요리 쪽 하고 안 맞다 다른 길 가라는 그 조언을 듣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앞으로 뵐일도 없지만 과거의 나로 돌아간다면 되받아치고 싶다. 교수님보다 내가 나를 더 잘아요.. 전 단순하고 무식해서 하다 보면 잘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남동생보다 한글을 늦게 뗐지만 세상 누구보다 많이 읽고 씁니다. 그것처럼 하다보면 요리도 잘하게 되고 일도 잘하게 되더라고요라고.. 뭐 누구는 처음부터 잘하는 줄 아세요?라고.. 싹수없다고 혼나려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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