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이 되면 마음 한편 묵직하면서도 울컥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학생 때는 새 학기가 시작된다는 부담감과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3.1절이 떠오르면서 이 추운 날에 바스러져 갔을 청춘들이 떠올라서 숙연해진다. 개인적으로는 해비타트에 독립유공자 주거지 개선을 꾸준 함께 하고 있다.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올해도 어쩌다 보니 3.1런(3.1절을 기념해서 3.1km 달리기 하고 인증하는 이벤트. 8월 15일 광복절에도 비슷한 이벤트를 한다.) 신청기간을 놓쳐버렸다..ㅠ 변명을 하자면 하필 결제할 타이밍에 전산작업 중이라고 해서 기다리다가 자버렸다.
3.1절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유관순 열사. 어렸을적에 학교에서는 누나라고 지칭한다던가 언니라고 지칭하곤 했었는데 커가면서 의도적으로 열사라고 부르게 되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꽃다운 나이에 나라를 위해서 행동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잘 모르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저 어린 나이에 만세운동을 하다가 옥고를 치른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사실 처음에는 이 영화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역사가 스포인지라 결과적으로는 너무 슬프고 화가 날거라는걸 알기에 나의 정신력으로는 차마 지켜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면한다고 될 일이 아니기에 이 시기가 되면 가끔 찾아보곤 한다. 그러고 또 슬퍼하고 감사해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바쁜 일상에 휘둘리면서도 적어도 나의 정체성을 잊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라고나 할까..
일본 제국주의에 강침당한 직후 한국 사람들은 독립을 위해서 처절하게 싸웠다. 그리고 마침내 1919년 3월 1일을 시작으로 두 달에 걸쳐 전국적인 독립만세 운동이 펼쳐진다. 비폭력 시위임에도 7천5백여 명이 살해당하고 4만 7천 명이 체포된다.
이 영화는 처음에 흑백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더 처절하고 객관적이게 보이면서 더 시린 느낌을 갖게 된다. 생각과 다르게 서대문 감옥의 8호실에서 시작한다. 굉장히 비좁고 습해보이는 분위기를 풍긴다.
발디딜 곳이 없이 가득 찬 감옥 안..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저 서있으면 다리가 붓기 때문에 조금씩 걷는 게 좋기 때문. 그러다가 누가 아리랑을 노래하자 한두 명씩 따라 부르자 8번 방의 죄수들이 합창을 하기에 이른다. 간수가 조용히 하라고 경고하자 노래 부르기를 멈춘다. 마치 개구리 같다며 동조하고 웃는다. 그러다 간수의 심기를 거슬러 저녁을 굶는 벌을 받는데, 그러자 대놓고 다시 아리랑을 부른다. 다른 방에서도 노랫소리를 듣고 하나둘 따라 부르고 감옥 전체의 죄수들이 아리랑을 부르고 이어 애국가를 부른다. 결국 감옥 소장에게까지 보고가 되자 주동자 색출을 하게 된다. 그러다 다방종업원 출신인 다른 사람이 주동자로 몰리자 관순이 나섰다 폭행을 심하게 당하기도 한다.
좁은 감방속에서 번갈아 잠을 자야 하는 고된 생활에서도 잠시나마 웃음을 되찾고 서로 친해진다. 그러던 중 건강검진이라며 몇몇 죄수즏링 불려 다녀온 후 관순은 매를 맞고 고문을 당한다. 사실 주동자 색출 작업이었고, 임산부 죄수였던 임명애가 관순의 이름을 불었던 것.
명애는 곧 아이가 태어나는데 옥중에서 아이를 낳으면 버려진다는 소문을 들었고, 아이를 옥중에서 키울 수 잇게 해 준다는 말에 실토를 하게 된 것이었다. 얼마 후, 명애는 양수가 터지며 출산을 위해 가석방된다. 아이를 낳고는 같이 돌아오게 되는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동료 수감자들은 자기의 겨울웃에서 솜을 조금씩 떼어내 아이의 배냇저고리에 넣을 솜을 나눠주는 등 자기 일처럼 돕는다.
얼마후 관순은 협조적인 척 감옥생활을 하며 노역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모범수만 할 수 있는데, 이는 조금이라도 정보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감옥에서는 시계도 없어서 시간은 물론이고 날짜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날짜를 알아내어 3.1운동 1주년이 되면 옥중에서 만세를 부르려고 계획을 했기 때문. 고된 세탁장 노역을 일부러 맡긴 간수장덕에 독한 양잿물로 지문이 닳아 없어지기도 한다. 이틈에 다른 죄수들과 이야기하면서 날짜를 알아내고, 남성죄수에게는 오빠의 소식을 듣게 되며 자신의 계획을 전달하게 된다.
1920년 3월 1일, 일하다가 아파 쓰러진척 방에 돌아온 관순은 만세 1주년인데 빨래나 하고 있을 순 없다며 웃는다. 그리고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를 부르며 서대문 감옥을 봉기한다. 관순이 만세를 부르자 좌우 앞뒤 모든 죄수들도 만세를 부른다. 여옥사의 소리를 들은 남옥사 죄수들도 만세를 부르고, 서대문 감옥을 지나가던 지게꾼도 듣는다. 이로써 일반인들도 만세를 부르며 1주년에 또 일대 시위가 일어난다.
주동자가 관순임을 알게되자 또다시 고문실로 끌고 가 악랄한 고문을 행하고 더 열악한 지하 독방으로 관순은 옮겨진다. 영친왕과 마사코 여왕의 혼인으로 모든 수감자의 형기가 절반으로 감형되는 특사가 이루어진다. 단, 더 이상 만세를 부르면 안 된다는 조건을 덧붙인다. 긴 형기를 선고받은 관순은 특사를 받아도 6개월 더 복역해야 하는 처지. 관순과 함께 복역했던 동료들은 모두 출소한다. 관순과 절친한 향화는 관순의 오빠 우석을 알아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한편, 관순은 감형소식을 고지 받을때도 여전히 항거하다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해 자궁이 파열되고 엄청난 하혈을 하게 된다. 이후 아무도 없는 감방에서 홀로 쓸쓸한 수감생활을 하는데 어느 순간 소변이 조절되지 않는 등 건강이 악화되어 명세가 만연하다. 향화와 관순의 오빠 우석은 면회를 갔다가 병세가 깊은 관순을 보고 슬퍼한다.
이후 향화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는 만주로, 우석은 자신의 동생 관순을 괴롭히는데 앞장선 간수를 찾아가 복수하려 한다. 그가 조선인이라는 걸 알게되며 싹싹 비는 모습에 자전거만 부숴버리고 떠난다. 이제 병세가 깊어 누워 지낼 수밖에 없는 관순. 3.1 운동 1주기 얼마 전 만나서 이미 지난 일이라고 차갑게 냉소하던 남옥사 죄수가 식사배급으로 관순에게 왔다가 관순의 모습을 보고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묻는다. 관순은 "그럼 누가 합니까" 라고만 대답한다. 남자는 뭔가 느낀 표정을 짓고 떠난다.
이후 유관순은 출소 겨우 이틀 앞두고 옥중에서 병사하고 만다. 시신은 묘지에 안장되었으나 1939년 비행장이 건설되는 과정에서 유실되었고, 관순을 괴롭히는데 일조한 일본순사인 정춘영은 1945년 체포되었으나 반민특위 해산으로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는 자막이 나온다. 엔딩에는 등장인물들의 실제 모델인 서대문감옥에 수감되었던 3.1 운동 관련 독립운동가 여성들의 머그샷과 수형인 명부가 등장한다. 마지막은 바로 유관순이다.
사실 여자 독립운동가의 이름이 회자 되는 경우는 드물다. 유관순 열사를 제외하고는 정말 관심을 가지고 찾아봐야만 알 수 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영화 파묘에서 여자 독립운동가의 이름이 배역에 등장한다는 사실이 그래서 더 반갑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가 잊어가고 있는 소중한 우리의 역사가 아닐까 싶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반복된 잘못을 할 가능성이 많다. 우리에게는 아픈 역사가 있고, 그 역사가 청산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아프고 더 슬픈 게 아닐까 싶다.
▲ 3.1절 노래
대한이 살았다 라는 노래로,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던 여옥사 8호실의 7명이 노래 불렀다는 노랫말을 천재 작곡가 정재일이 선율로 만들고 김연아 선수와 가수 박정현 님이 함께 한 노래인데 같은 이야기를 노래와 영화가 함께한다는 것에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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