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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2 - 23 일상

23.12.23. 잡귀야 물러가라!!!(feat. 동지 단팥죽)

hello :-) 2023. 12. 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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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은 특이하게 챙기는 날이 있다. 설과 추석을 제치고 몇년째 대대로 챙기는 그날은 바로 동짓날.. 

 아주 어릴때부터 팥은 엄청 싫어 했는데 특히 20대에 커피숍에서 직원으로 일하면서 이번생과 다음생에 팔 빙수를 다 만들면서 팥이라면 더 격하게 싫어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연중행사로 팥죽만큼은 먹어야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팥앙금도 싫어하고 유일하게 먹는거라고는 연양갱이 다인 나에게 어릴때 엄마가 했던 말 때문에 더 잘챙겨 먹는다. 동지는 1년중 해가 짧고 밤이 가장 긴 절기인 하나로 음기가 강해서 귀신이 많이 출몰해서 잡귀들이 돌아다니는데 팥죽을 먹거나 집 주변에 뿌려야 집에 우환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었다. 

 어릴때 그말을 듣고는 가뜩이나 먹기 싫은 팥죽이라고 벽에 칠해서 등짝에 구멍날정도로 찰지게 얻어맞았던 것은 비밀.. 

 오늘도 열일하시는 히어로 오라버니..(나보다 돈많이 벌고 선한 영향력 가지고 있으면 다 오빠이지만.. 내 최애가 아니니깐 오라버니로 통일..) 

 내가 이사왔던 11년 전에 오픈해서 여태 계속 장사하고 계신 곳인데 동짓날에는 배민이나 본 오더로 주문을 하지 못한다. 오직 전화주문이나 방문해서 결제가 가능한데 아예 하루종일 팥죽만 파는듯.. 그래서 주문하자마자 바로 포장이 나왔다. 사실 바쁠것 같아서 퇴근하고 방문했는데 의외로 한산하다 싶었는데 매장에 의자들하며 테이블이 빠져있는거 보니 아침부터 시달리신듯하다..;; 

 올해는 팥죽이 간단하게 나왔네.. 작년에는 이상한 꼬챙이에 경단이 3알씩 꽂혀 있어서 난 엄마에게 토스했는데.. 

 달콤한 것을 원하고 새알심이 많은걸 원해서 단팥죽을 주문했다. 

사실 입이 텁텁해지는 것을 싫어해서 새알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미역국에도 새알넣으면 안먹는다^^;;) 

 바로바로 담아주셔서 좀 식었을까봐 품에 안고 집에 갔다. 나랑 엄마랑 같은 생각이었는지 건더기가 벌로 없다고 엄마가 드링킹 하다가 입천장을 홀랑 데였다. 김이 펄펄 나는데 왜 그걸 마셨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엄마의 입맛에는 단팥죽보다는 동지 팥죽이 나을거 같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에도 엄마 그 이야기 한거 같은데;;; 

 다 먹고나서 건더기가 새알말고는 없으니 좀 심심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죽이다보니 배가 금방꺼져서 그런거 같기도 하다. 허전하다고 엄마는 짜장라면 끓여먹었다. 설거지 하기 싫어서 안먹는다고 했다가 지금 주린배를 부여잡고 있다. 팥죽에 밥이라도 말아먹을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이상한 수집벽 같은게 있는데 요런 키링같은거 보면 달라고 하고 가방에 주렁주렁 달고 다닌다. 조심스럽게 사장님께 문의했더니 다 나갔다고 하셔서 아 그래요. 아쉽다 했는데 엇 사장님이 구석에서 한세트 발견했다고 세개 다 넣어주셨다. (네잎클로버 부터 재물운, 건강운, 승진 혹은 합격운을 뜻한다고 해서 난 재물운을 잽싸게 찜했다.) 사실 없다고 하셔도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방문할때마다 친절하게 응대해주는 곳이라서 아프지 않아도 죽이 땡기거나 엄마가 골골댈거 같으면 가장 비싼 전복죽을 사가는 곳이다. (나는 낙지김치죽에 치즈 두번 추가해먹는다. 매운걸 못먹어서..ㅎㅎ) 

 얼마나 친절하신지.. 한번은 호기심에 호박죽에 치즈 추가하겠다고 했더니 격하게 반대하셨다. 손님 그 주문 다시 생각해보길 바라네.. 라고 하셨던..ㅎㅎ 

 사실 올해는 애기 동짓날이라고 한다. 

애기동짓날이란? 동짓날은 양력으로 12월 22일을 뜻하는데 음력으로 11월 1~10일까지를 애기 동지라고 하고 음력으로 11-20까지는 청년동지, 21-30일까지는 어른동지라고 한다. 애기동지에는 팥죽을 먹으면 오히려 액운이 들어온다고 여겨서 팥떡을 해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집은 불교에 가까운 무교인데다가 이왕 먹은거 죽은 식으면 떡된다는 심정으로 좋은게 좋은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수십년간 동지팥죽을 먹어왔는데 아무 이상도 없었던데다 최근에 근처 한의원 개업식떡인 팥시루떡을 먹었던터라 그걸로 통치기로 나혼자 정했다..ㅎㅎ 남들은 크리스마스가 오면 한해가 다갔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항상 서비스직종에 서양공휴일에도 근무하다보니 실감을 못하는데 매년 엄마가 팥죽을 사오라고 시키다보니 팥죽을 먹으면 곧 1년 폭삭 늙는구나 하고 체감하게 된다. 신정에도 근무하다보니 정신차려보면 설이 지나야 한살 더먹은걸 확 실감한다. 그래서 그런가 나름 우리집만의 이벤트라서 그렇게 싫어하는 팥죽도 이제는 기다려지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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