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취향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모녀의 식사는 성향도 참 다르다. 그냥 씹어 먹을 거면 하루 한 끼 먹는 엄마와 먹고살자고 하는 밥벌이인데 삼시 세 끼까진 아니더라도 두 끼는 알차게 챙겨 먹겠다는 딸내미와의 전투능력은 엄마의 수면 내시경 이후 극명하게 갈렸다.
좀 몸생각해서 걍 죽 먹자는 딸내미와 나 비빔밥 먹을 거야 라는 엄마와의 극명할 갈림.. 아니 왜 평상시에는 그렇게 맛있는 식사 하겠다는 의욕이 없는 거냐고요.. -ㅅ- 해산물과 야채 좋아하는 나와 진짜 육고기 좋아하고 피자 좋아하는 아가야 입맛인 엄마.. 이렇게 까지 갈리나 싶음..ㅋ
메뉴판을 찍는다고 가게 이름이 잘렸는데 유림회관이다. 밀면도 보이고 코다리 비빔밀면도 보이고, 돌솥비빔밥과 치즈 직화 돌솥비빔밥도 있다. 그렇게 노래부르던 돌솥비빔밥에서 치즈 직화 돌솥 비빔밥을 픽한 엄마.. 마음 같아서는 맛있는 식사보다 맞은편에 판매하는 이유식을 먹이고 싶었다. (일단 죽 종류니까..ㅎ)
사진찍을 새도 없이 바로 비벼서 고운 자태는 차마 못 남겼다.. 뭐가 그리 급한 건지..;;; 엄마의 맛있는 식사..
역시 사람은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 하는 청개구리 심보가 있다더니 원래 오후 4시에 저녁 먹는 우리 집은 금식과 상관이 전혀 없는데 병원에서 6시 이후 아무것도 먹지 말라는 소리에 괜스레 배가 고팠었다고 한다.
내가 먹은건 직화 밀면세트 A.. 물밀면인데 직화 밀면세트 B랑 엄청 고민했다. B는 비빔밀면이었다. 모형이지만 저 윤기 나는 고기의 자태에 홀린 듯이 저거 하나요..라고 했다는.. 원래는 나도 밥 먹어야지 했었는데... 원래는 면러버였는데 근무하면서 라면이나 면종류는 먹다가 손님 응대하고 하면 불어 터져서 못 먹게 되거나 떡이 되어서 밥을 선호하게 되었는데 저 날은 쉬는 날이었으니까..
생각보다 살얼음이 금방 녹아서 조금 아쉬웠지만 너무 맛있었다. 면의 식감이 좀 특이했는데 나름 먹을만했다. 친절하신 직원분이 엄마뻘이신데 혼자 근무하시는 거 같아서 마음이 애잔했었는데 다먹고 일어날때쯤보니까 아들로 추정되는 분과 같이 근무하고 계셨다. 속으로 혼자 근무하시는거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혼자 근무하는 자의 왠지 모를 안도감)
생각보다 고기의 양도 많았고 고기의 식감이 엄마의 말로는 고급 소고기 느낌이 났다고 하는데.. 엄마 우리 아무리 소고기 자주 안 먹어봤다지만 그건 아닌 거 같아..라고 했다가 한 대 맞은 건 비밀ㅎㅎ
저 직화구이 고기는 따로 판매도 하는 메뉴인데 단독 메뉴보다는 한 20g 정도 차이가난 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저 날이 너무 덥고 습해서 잘 안 먹는 육수 국물도 드링킹 했고 엄마는 상대적으로 뜨거운 거 못 먹는데도 땀 뻘뻘 흘리면서 비빔밥을 먹는데 미리 양해를 구해서 고추장은 빼고 달라고 했는데도 살짝 매콤하다고 했다. 그럴 수밖에.. 본인이 김치를 넣어서 비벼먹었으니..
밀면과 같이 나오는 저 무채는 너무 하얘서 혹시나 해서 식초를 부었다가 쓰읍.. 완전 식초에 말아먹는 무같았던 비밀.. 다음에는 안 넣어 먹는 걸로...
개인적으로는 고기보다는 야채를 더 좋아하는 나에게는 고기만 나오는 게 조금 아쉽긴 했다. 파라도 있었음 했더니 엄마왈 배부른 투정이라고 한소리 들었다.(엄마는 파 싫어함) 고기에 베인 양념과 적절하게 살짝 익은 야채가 얼마나 더 맛있는데...ㅠ
잘 안 사 먹긴 하는데 양념 고기를 마트에서 사 와서 구우면 고기는 죄다 엄마가 건져가고 나는 남은 야채에다가 밥을 비벼먹는데 솔직히 근무하면서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소불고기나 제육볶음을 4kg씩 볶으니까 가뜩이나 고기를 좋아하지도 않는 내가 저절로 채식주의자 비슷하게 되는 건 당연한 건가 싶기도 하다. (근무하는 매장에서 매일 순살 치킨을 3kg씩 튀겨서 치킨도 잘 안 시켜 먹음..ㅎ)
근무하다가는 하나씩 주워 먹어도 막상 사 먹으려면 아깝게 느껴지나 보다..
비슷한 게 예전에 커피숍에서 1년 정도 근무하고 나서는 커피의 원가를 아니까 내 돈 주고 아직도 사 먹지 못하고 있다. 빙수 역시... 본의 아니게 요식업 종사하면서 근검절약을 하게 되는 듯... 뜻밖의 효과인데??
자꾸 입에 매운 기운이 남아 있다는 엄마의 투덜거림에 봉인하기 위해서 지하 이마트 트레이더스로 끌고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이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맛있는 식사 후에 먹는 디저트인데 본인 꺼는 티스푼 줬다고 한소리 했다. 나는 밥숟가락으로 퍼먹었긴 하다. 근데 요즘 엄마가 너무 급하게 먹는 게 습관이 된 거 같아서... 근데 내시경 하고 아이스크림 먹어도 되었는지는 의문이긴 하다.. ㅡ.,ㅡ;; 의사 선생님이 죽 먹이라고 그랬는데..;;;
개인적으로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아이스크림이다. 상하목장에서 제작하는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이어서 그런지 되게 맛있어서 자주 먹었다. 지금은 없어진 메뉴인데 아포가토(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 부어먹는 메뉴)가 있었는데 커피숍 근무할 때는 6천 원(이미 수년 전 금액임)이었는데 2500원이라고 좋다고 많이 사 먹었다가 얼떨결에 이마트 트레이더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입문하게 되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1000원이어서 싸다고 엄청 마시긴 한다. 마시고 집에 와서 딥슬립 하는 건 비밀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침에 커피 먹으면 저녁에 잠못자서 커피조절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때려먹어도 너무 잘 자서 슬프다.. 아.. 직장인이여...;ㅁ;)
ps. 언젠가 내가 수면내시경 하게 되면 나는 죽 먹을 거야..;;; 오래 살고 싶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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