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때문에 엄마와 한바탕을 했다.
사실 나는 선택을 하는데 능숙한 편이다. 물론, 선택을 하고서 만족을 하여 올바른 선택을 한 적은 잘 없지만 이 선택은 하지 말걸.. 하고 후회를 덜 하려고 하는 편이다. 둘 다 선택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떡볶이를 먹을지 짜장면을 먹을지 선택을 해야 한다면 하나쯤은 포기를 해야 한다. 둘 다 선택을 한다면 다음날 손가락을 빨게 될 수도 있다는 건 생각을 해야 한다.
사람이라면 불확실과 불안을 싫어하는 게 당연지사이지만 세상에 확실하고 안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맛집 후기를 찾아보고 하더라도 나의 입맛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선택을 할 수 있다. 맛이 없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이도 저도 선택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근무하는 동안에도 손님들이 메뉴 선정을 못하고 어쩔 줄 모르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럼 농담으로 오늘은 이거 먹고 내일은 다른 거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해도 선뜻 고르지를 못한다. 슬며시 물어봤더니 내가 생각했던 이것도 맛있어 보이고 저것도 맛있어 보이고 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음에 조금 놀랍기도 했었다.
나랑 엄마랑 한바탕을 한 이유도 무엇을 먹을지 메뉴를 정하다가 자꾸 선택지를 나에게 넘기는데 흔히 말하는 아무거나 선택지를 택하길래 정말 내 취향대로 선택했더니 노발대발을 하는 거였다. 여태껏 참고 있던 게 터지면서 이거는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고 하지 말고 딱 정답을 내려라고 했더니 시비를 거는 거냐고 해서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성향이 다른 것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가끔 말하지 않아도 알아달라고 하는 경우에는 굉장히 당황스럽다. 말해서 내 식대로 이야기했더니 대충 말하지 말라고.... =_=;;;
솔직히 인정한다. 내가 깊게 생각하는 편이 아닌 데다가 마음에 담아두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이러쿵저러쿵하는 편이 아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앉아 있는데 내가 눈치를 준다는 둥 속으로 욕을 한다고 하는데 정말 마음을 까서 뒤집어 보여줄 수도 없는데 어쩌라는 건지 답답하다.
사실 나는 학창 시절에 따돌림으로 아이들끼리 수군거리면서 속닥거리는 것을 몇 년씩 시달리다 보니까 나중에는 예민해지다 못해 거슬리고 화가 나기까지 했었는데 이대로는 미칠 거 같아서 어차피 내 면전에서 내 욕하지 않는 이상 신경 쓰지 말자고 생각하고서는 험담을 하더라도 내 면전에서 이야기한 게 아니니깐.. 그런 생각 자체를 잊고 살았고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물론 나도 뒤에서는 이야기한 적이 없다. 대놓고 이야기하더라도.. 솔직히 저 사람이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할 거야 저런 생각을 할 거야라고 생각해 봐야 생각하는 나 자신만 피곤해지고 내 성격만 파탄이 나더라... (성격 파탄 나 봤던 경험자)
어느 하나를 선택을 하면서 기회비용. 즉 내가 선택을 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것들을 포기해야 나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오늘 저녁을 라면으로 선택하면서 포만감을 포기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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