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찰나의 순간임을 알게 된다. 항상 점심시간에 미친 듯이 바빠서 정신이 없었다. 이 동네의 학생들의 점심을 책임진다는 느낌이랄까.. 사실 무슨 정신으로 일했는지 기억이 까마득하다. 정신을 차리면 '아이고'라는 곡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나중에는 사명감으로 어떻게든 빨리는 해주겠는 데 기본 30분은 걸릴지도 모르겠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러면 손님도 나도 헛웃음이 나오곤 한다.. ㅎ 사실 밀린 빌지(주문서)를 보면 서로가 그럴 수밖에...
3월이 시작됨을 느낀 게 점심때 그나마 배달 주문이 반절로 줄었다. 다행히 나의 바쁨을 지켜보던 근처의 직장인들이 이제서야 식사를 하러 왔다. 사실 대기시간이 길어져서 죄송하다며 돌려보내야 하는 마음이 참 복잡 미묘했다.
언제 바빴느냐는 듯 조용해지는 것도 한순간임을 알게 되니 되게 기분이 묘했다.
아마 날이 풀려서 꽃 나들이 가게 되면 주말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듯싶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재료를 준비하고 안 하고 가 참 차이가 많이 남을 다시 한번 느낀다. 요즘은 연차가 쌓여서 대략 비교하는 데이터가 쌓여서 덜한데 초반에 초보일 적에는 너무 소량으로 준비해서 준비와 음식 만드는 것을 동시에 해야 해서 나에 대한 짜증과 몸이 못 따라가는 서러움(?)을 같이 느끼곤 했는데 이제는 그래도 어느 정도의 양이 가늠이 되어서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준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요식업이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재료가 많이 남아서 상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경우 약간의 문제가 생겨도 모두 폐기처분을 해야 하므로 좀 더 예민해지기도 한다. 정말 찰나의 순간에 밥이 타기도 하고, 계란 프라이가 홀랑 타버리기도 한다.
게다가 혼자 근무하다 보니까 손님이 오고 가는 것도 유심히 봐야 하는데 주방 내에는 환풍기가 돌아가서 굉장히 소음이 큰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목소리가 올라가고.. 거기다가 경상도 가서 나이다 보니 억양도 굉장히 세다 보니 초반에는 말투 때문에도 컴플레인이 많이 들어왔었다.. 저 짜증 낸 거 아니고 화낸 거 아니고 작게 말하면 못 알아 들으실까 봐 그런건데...ㅠㅠ 라고 변명의 여지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프로 죄송러가 되어버렸다. 죄송한데,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둥 죄송한데 돈가스만 건지고 갈게요라는 둥.. 계란만 뒤집고 갈게요라던가.. 죄송한데 포스가 꺼져서 잠시 후 계산하겠다는 둥 별의별 상황이 많이 생기다 보니 늘 죄송함의 연속이었다..ㅎㅎ 최근의 찰나의 순간.. 부대찌개 정식을 배달 시켰는데 부대찌개가 안 가기도 하고..;;;ㅎㅎㅎ
가끔은 영혼 없는 사과 같다고 컴플레인 들어오기도 하는데.. 정말 할 말이 1도 없는 게.. 12시부터 1시까지는 정신머리가 퇴근하는 경우가 빈번해서 아니라고도 못하겠고.. ㅎ 참 죄송한 것도 많고 사고도 많이 치고 다치기도 많이 다치곤 했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에 사고도, 실수도, 상처도, 컨플레인도 생기는걸 알기에 요즘은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데 정줄 나갈때 이성을 잡으면서 오래 걸려서 미안하다고 이야기 하면서 너스레 한번 떨면서 다음에 전화주면 더 신경써주겠다고 전화후 방문을 유도 하긴 하는데 늘 실패한다..;;ㅎㅎ 그래도 언젠가는 정신머리도 같이 근무하는 그날이 오기를 오늘도 수련해본다..+_+
신기하다 그렇게 바쁘더니 찰나의 순간에 조용해지는것을 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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