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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6 일상

26.03.01. 오늘 감사한 일은 무엇인가?

by hello :-) 2026.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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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양파와 감자를 사 와서 기름에 달달 볶아서 양파가 흐물흐물하게 녹아서 투명해질 때까지 볶고 감자는 쫀득쫀득하고 살짝 짭짤한 맛이 나는 품종인지 큼직하게 썰어서는 볶은 춘장을 고체화한 고체 짜장을 넣어서 만든 것을 넣고 국거리용으로 트레이더스에서 아롱사태를 덩어리채 파는 것을 소문해 놓은 것을 넣어서 둘이 먹으면 넷이 죽을 거 같은 짜장소스를 잔뜩 만들었다. 거기다가 칼칼한 청양고추 큐브 블록을 넣은 계란국을 끓여서 밥과 같이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헛웃음이 났다. 사실 짜장은 처음 집에서 만들어봤는데 입맛 까다로운 엄마가 쌍따봉을 날려줘서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겠다. 대학 다닐 때 다른 전공인 이춘복 교수님이 나보고 요리에 재능이 없는 거 같다고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 동기들 앞에서 망신을 줘서 누가 이기는지 두고 보자고 속으로 이를 갈았는데 어쩌다 보니 졸업하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전공을 살리고 일하고 있으며, 심지어 너무 잘 먹고사는 내가 너무 감사하다. 

 재능이 진짜 없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누구보다 먹는거에 환장하고 먹기 위해서 사는 내가 결국은 다른 사람 밥도 만들고, 내 밥도 기갈나게 만들어서 내일 저녁에 뭐 먹을지 상상하면서 내일 저녁을 기다리며 설레어하는 나 자신이 너무 감사하다. 중고등학생 때 왜 나는 살아야 하는 걸까에 대한 질문을 가졌던 적이 있다. 세상에 어느 누구도 나의 편이 아닌 거 같고 다 나의 원수 같아서 힘들었는데 웃기게도 내가 한 밥이 너무 맛있어서 그래 내일도 맛있는 거 해 먹자며 하루하루를 버텨냈었다. 지금은 안다. 왜 살아야 하느냐는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살아있는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고 질문을 바꾸고는 좀 더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내 취향을 찾으며 나랑 조금 더 친해지고자 노력 중이다. 왜 살아야 가야 하느냐고? 태어난 김에 사는 거지 뭐 거창할까 하는 생각이 여러 권의 책과 철학책, 인문학 책을 읽으며 불현듯 떠올랐다. 뭐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가 만나서 태가 태어났겠지 하는 다소 ISTJ 스러운 답변이지만.. 그래 그렇게 태어났으니 어차피 언젠가는 죽을 텐데 죽기 전까지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나니 비로소 사소한 나의 일상들과 나를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 내일은 짜장을 하기 전 조금 남았던 카레를 먹을 예정이다. 카레를 다 먹고 나면 아쉬워서 어쩌나 하는 안타까움이 벌써 느껴지는 건 내가 굉장한 먹보이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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