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대학졸업할 때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다. 갑자기 내가 소속되어 있던 학과가 공중분해 되면서 선배들도 동기들도 모두 자퇴해 버리는 바람에 오고 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약선학과가 좋아서 교직이수 가능한 학과도 포기하고 들어온 거였는데 갑자기 학과가 없어지면서 사기당했다는 기분이 더 컸다. 그렇다고 학점이 나빴던 것도 아니고.. 학과를 통폐합하면서 나는 손해를 보는 입장인데 다른 학생들이 역차별당할 수 있다며 영양사 취득이 가능한 수업도 인정해주지 못하겠다고 한다. 지금의 나였다면 드러눕고 부당하다고 박박 우겼겠지만 15년 전의 나는 그저 무사히 졸업만 했으면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만 정이 다 떨어져서 그냥 학생 신분에서 얼른 벗어나고 어떻게든 사회인으로 나와서 돈 벌고 싶었던 거 같다. 결국은 복수 전공했던 것과 부전공했던 거 모두 학점이 인정되어서 한 학기 더 다녀야 한다고 했던 학교 측의 벌벌 떨게 만들었던 이야기는 없던 일이 되었다. 당시 내 등록금이 거의 400만 원이었는데 악착같이 공부해서 그래도 반절은 장학금을 받아 다녀서 망정이었지 진짜 자퇴서 집어던질 뻔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빠르게 커피숍에 근무하면서 그때부터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15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다. 물론 같은 직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백수생활이 길어야 일주일이었다. 그것도 구직활동한다고 그랬으니 실질적인 백수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놀았으니 백수는 맞다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어떻게든 학자금 없이 졸업하게 해 준 도리라고 생각하고는 악착같이 1년은 버텨서 퇴직금이라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르바이트 한 번도 안 해보고 생으로 부딪히면서 나보다 어린 사수들에게 부족하니 알려달라고 부탁도 해가며 일하는 게 참 즐거웠다. 잘 모를 때에는 세상 게을러서 직장생활이 나랑 안 맞으면 어쩌나 했는데 세상 규칙적인 것을 좋아하고 하라는 대로 하는 걸 좋아하는 게 나의 실체라는 걸 알고 나서는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사소하게 사람이 싫거나 지쳐서 일을 그만둔 적은 있지만 일 자체가 못 견디게 힘들었던 것은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서 전화받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마냥 웃으면서 출근하진 않지만 그래도 오늘 할 일은 치커리 손질하기, 양파 까기, 제육 볶아야 됨 하면서 벌떡 일어나는 걸 봐서는 이 몸뚱이도 출근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가 보다. 일하면서 내가 번 월급을 모아서 엄마 핸드폰도 바꿔주고 내 핸드폰도 바꾸기도 하고, 엄마가 깨 먹은 핸드폰 액정을 내가 교체해주기도 하면서 이 맛에 돈 버는구나 싶기도 했다. 아직 한참 남았지만 엄마집 대출을 다 갚고 나면 그때는 또 어떤 감정 인지 기대된다. 처음부터 내 일이다 싶은 직업은 아니었지만 어느새 한 직장에서 8년 차가 되면서 궁금해진다. 언젠가 나의 40대 50대에도 지금처럼 잘 늙어가고 있을까.. 더 나은 어른이 되어 갈까... 부디 더 나은 인간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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