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평화와 행복이라는 단어는 근무 중에는 어울리지가 않다. 혼자서 식당에서 근무하다 보면 혼자서 여기 갔다가 저기 갔다가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에 치열과 고군분투가 가장 어울린다. 혼자 물류정리했다가 고기도 볶고, 양파도 까고 세팅도 하고 밥을 하고 담고 하는 게 정신없다 보니 베이기도 하고 화상을 입기도 한다. 오늘은 오른손 중지에 물집이 잡혀서 까지기까지 했다. 그런데 나 오른손잡이인데 어쩌다가 오른손을 다친 거니...?(원래 오른손잡이는 왼손을 가장 많이 다치긴 함) 근무할 때는 혼자서 전화도 받았다가 배달주문 기사님께 전달하기도 하고, 가끔 현금 배달의 경우는 잔돈까지 계산해야 하고 다른 날 단체주문의 경우는 날짜랑 시간, 장소, 받을 사람 연락처 등 메모할 거리도 많고 혼자서 다양한 일을 해야 하다 보니 빼먹는 경우도 생기고 누락되는 경우도 생겨서 재차 확인하는 습관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다가 퇴근시간이 되면 모든걸 던져주고 그럼 안녕히 계세요를 외치며 퇴근할 때는 살짝 희열과 기쁨이 만끽된다. 그 행복을 만끽하려고 퇴근 후 한 시간 반 가량 걷기도 한다. 이 추운 날 다이소에서 산 천 원짜리 보온용 귀마개를 하며 으 추워 추워하며 욕을 하며 달리기도 하는 게 얼마나 웃기는지 모른다. 살짝 쌀쌀한 날씨에 걸으면서 걷는 행위에 집중하기도 하고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걷다 보면 오늘도 걷는 나에 취하기도 하고, 만보기 기능으로 코딱지만 하지만 포인트를 쌓기도 한다. 작은 고민들이나 생각정리도 되고, 가끔은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물건을 살까 말까 망설이기도 하고 냅다 지르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는 걸으면서 다시 손으로 하는 기록을 조금씩 끄적여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조금씩 해보고 있다. 업무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집에 가서 그런지 예전에는 피곤해서 오히려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는데 요즘은 잠깐 자더라도 깊게 자고 이후 밤에도 잘 잔다. 20대 후반에는 아무 탈 없이 사는 게 지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30대 후반이 되니 무탈하게 하루를 보낸 게 축복이고 이게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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