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였다면 자기감정에 충실한 게 누군가에게 약점으로 잡힐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는 게 어떤 건지 잘 짐작이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면서 항상 미소 짓고 웃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서 표정이 지워졌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감정에 충실한 사람은 축구선수 손흥민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소속팀의 캡틴이자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의 주장이 되고 나서는 그나마 경기 후 눈물이 조금 덜해졌지만 입덕하기 한참 전에 태극마크를 달고서 국가대표로 활약할 때 경기가 지면 늘 울면서 끌려나가는 모습이 자주 보이곤 했다. 너무 펑펑 울어서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저렇게 울일인가 싶기도 했었다. 최근에 우승하면서도 우는 모습이 포착되었는데 진심으로 쏟아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짧게 스쳤었는데 아시안컵 때 이후였나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의 인터뷰 영상에 한 댓글이 시선이 갔었다.
댓글에 의하면 자신은 수십년전 손흥민 선수와 자신의 아들이 유소년일 때 경기를 하곤 했었는데 그때도 지면 울어서 늘 끌려갔었다고. 펑펑 울어서 어른들이 달래 보다가 도저히 안되어서 끌려냈었다고. 엄청난 승부욕에 주체가 안되어서 그렇기도 하고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고 지금은 어엿한 주장이 되어서 뒤에서 울었을 거 생각하니 먹먹하고 짠하다는 응원의 댓글이었는데 그 댓글의 답 댓글에 어릴 때나 지금이나 여전한 게 너무 귀엽다는 둥 주장이 되어서 뒤에서 울었을 거 생각하니 마음 아프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항상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모든 걸 쏟아부어서 그때 그럴걸이라는 후회자체는 안 한다는 인터뷰를 보고서는 나도 현재를 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감정표현이 없어 삭막하다는 평을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기분 좋으면 마음껏 웃고 기분이 안 좋으면 잠시 우와하더라도 쏟아내고 나니 찰나의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좋은 기분으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가끔 찰나의 순간이 지나가지 않는다거나 버거울 때 종이에 쏟아내고 나서는 후련함을 느끼고는 감정을 담아두느라 속상하거나 몸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을 보고는 내 감정에 앞으로 좀 더 솔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는데 내 감정이라도 내 맘대로 하고 싶어 졌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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