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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4 - 25 책장

거짓말이다-김탁환

by hello :-) 202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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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은 사실 20년도에 읽었던 책이다. 지금도 이용하고 있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처음 접했던 책이다.
  • 당시 이 책을 읽은 이유는 김탁환 작가에 대한 애증 때문이라고나 할까.. 예전에 중학생시절 내가 꽂혔던 사람 중에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맞다. 우리 민족의 영웅인 그 사람.. 그 당시 칼의 노래의 선풍적인 인기로 인해서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그 당시 동명의 소설인 김탁환 작가의 불멸의 이순신을 읽었다. 유약하고 내가 생각한 이순신과 너무 달라서 이 작가가 또 소설을 쓴다면 절대 읽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었다.
  • 그때 900페이지가 넘어가는 이순신 평전을 찾아서 읽고는 나의 다짐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 되었다. 그렇게 10여년이 흘렀다.
  • 시간이 오래되면서 소설을 읽지 않는 내가 김훈 작가와 더불어 이름을 아는 몇 안되는 작가라는 반가움에 읽기 시작했었다.
  • 두 번째로 읽게 된 계기는 이 소설을 읽고 다른 소설인 살아야겠다를 읽었고 나의 오해였음을 알고는 다시 읽고 싶었으나 독서기록도 안 했던 시기인 데다 전자책 구독서비스에서 서비스 종료서적이라 다시 읽을 방법이 없었다. 소설책이라 돈 주고 새 책으로 읽기는 아깝고, 중고로 사자니 배송비가 더 나오는 (개인이 판매하는 거라) 상황이라 언젠가는 다시 읽었으면 했었는데 전자책 구독 서비스가 재편되면서 다시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마침 그날이 다가오는터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 소설의 양식은 2014년 4월 21일부터 7월 10일까지 맹골수도에서 선체 수색과 실종자 수습에 참여한 나경수 잠수사가 형법 제268조 업무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받는 류창대 잠수사를 위해 탄원서를 작성한 것 시작으로 시작된다.
  • 이 소설은 사고시점인 4월 16일이 아니라 4월 2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다 보니 생존자 172명에서 영원히 숫자는 변하지 않는다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 뉴스에 과장이 섞였다고 추측했지만, 오백 명과 여덟 명은 큰 차이가 큽니다. 여덟 명을 오백여 명이라고 속였다면, 이것은 우리 국민모두에게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잠수사가 겨우 여덟 명뿐이라면 로테이션하는 구조 작업자체가 어렵습니다. 도대체 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사고 후 닷새동안이나 계속 천연덕스럽게 뉴스로 내보낼 수 있는 건가요.
  • 나한테 이익이면 하고 손해면 안 하는 것, 그게 바로 세상살이입니다. 나도 민간잠수사들 인터뷰하는 거 오며 가며 라디오로 듣긴 했는데 그들은 철저하게 돈 문제는 언급을 피하더군요. 잠수사들 말대로 몸도 마음도 손해만 봤다면 그 바다로 왜 뛰어듭니까? 돈 말고, 민간 잠수사들이 맹골수도로 내려간 까닭이 따로 있기라도 합니까? 인간에 대한 애정이라든가, 애국심이라든가 실종된 학생들이 눈에 밟혀서라든가, 이런 애매모호한 얘기 빼고 말입니다. 육십갑자 살아보니 알겠더라고요. 보기 좋고 듣기 좋은 말들은 돈을 가리는 가면에 불과합니다. 확실합니다. -대리운전하는 공환승 씨-
  • 민간 잠수사들이 맹골수도로 내려간 것은 구조가 아니라 유가족에게는 죄송하지만 우린 사후 수색과 수습을 위해 투입된 겁니다. 배가 가라앉고 닷새가 지났으니까요. 골튼타임에 비판을 당하더라도 구조의 어려움을 처음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합니다. 
  • 선내에서 발견한 실종자를 모시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두 팔로 꽉 끌어안은 채 모시고 나온다. 포옹을 준비하고 포옹을 하고 포옹을 마친 뒤 떠오르는 상념을 해결하는 것 역시 고스란히 잠수사의 몫입니다. 누가 이 듣도 보도 못한 포옹으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를 함께 나누겠습니까.
  • 다른 건 다 잊더라도 잠수에 관해서라면 세사 한 부분까지 기억하는 것이 잠수사입니다. 반복해서 확인하고 복명복창하며 외우는 일이 몸에 밴 전문가들이니까요. 그렇듯 건망증이 심한 증인은 절대로 잠수를 해서는 안됩니다.
  • 민간 잠수사는 산업 잠수 사지 침몰선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잠수사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잠수사는 침몰선으로 들어간 적도 없습니다. 산업잠수사가 된 뒤 일당이나 성과급을 문서로 계약하지 않고 심해로 내려가는 첫 잠수구나. 터득한 기술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그 기술을 활용하여 참사에서 희생된 이들을 수색하고 수습하는 것 역시 처음이고.
  • 산업잠수사는 스쿠버 잠수사와 또 다릅니다. 우린 허가받은 산업현장에서 잠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해경과 마주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해경뿐만 아니라 작업인력 외에는 일반인을 만나기도 힘듭니다. 오죽하면 아가미로 숨 쉬는 이들과 벗하며 늙어가는 직업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겠습니까.
  • 공식석상에서 생존학생 가족의 입상을 대변할 때 외에는 사사로운 생각과 감정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취재를 요청한 언론사가 여럿이지만, 인터뷰 기회를 유가족에게 양보하고 그림자처럼 물러났던 것이다. 나경수 잠수사를 비롯하여 비자선에서 고생한 잠수사들의 근황부터 물었다. 절반이상이 아직 산업 잠수사로 복귀하지 못했다고 전하자 눈시울을 붉혔다.- 생존학생 조현의 아버지 조담 씨-

 

  • 선내 진입도 못하는 상황을 사실대로 전한 이 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말들은 들끓고 글들은 흘러넘쳤죠. 관직이 올라갈수록 번지르르한 거짓말들을 마이크 앞에서 해댔습니다.
  • 해군 함정엔 군의관이 있고 의무시설도 완벽하게 갖춰져 있지만, 바지선엔 5월 6일 이전까지 의사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잠수 중 문제가 생기면 함정까지 가서 군의관을 만나야 했고, 또 잠수전에 몸 상태를 체크하고 지료를 받아 약을 먹을 기회가 민간 잠수사에겐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선내 진입을 오직 민간 잠수사와 해경잠수사가 번갈아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민간 잠수사가 전담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잠수할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숙지했더라면, 민간 잠수사들이 과연 맹골수도로 모일 수 있었을까요.
  • 우리의 마음은 하나였습니다. 비상 상황이니 지금은 무리를 해서라도 작업하자. 혹시 몸과 마음에 문제가 생기면 나라에서 치료해 주겠자!!
  • 뭔지도 모를 물체에 부딪치는 경우도 잦고, 부딪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순간순간 뜻밖의 상황을 만나기 때문에 근육들이 놀라, 무엇보다도 피로가 누적되니 체내에 질소가 차서 골괴사로 이어지는 잠수병에 걸릴 확률이 하루하루 높아진다.
  • 안면이 있는 미국기자로 이름은 마리아였죠. 자는 어설픈 영어로 사진을 얼마나 찍었느냐고 물었습니다. 마리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렇지만 단호하게 답했습니다. "시신을 함부로 찍어선 안됩니다. 부도덕한 짓이에요" 유가족 동의 없이, 시신의 얼굴을 비롯한 신체부위를 기자 마음대로 찍어선 안된다는 겁니다. 마리아는 팽목항에 내려놓은 시신을 단 한 장도 찍지 않았습니다. -은철현기자

 

  • 팔팔한 해경잠수사는 함정에서 편히 자고 상대적으로 나이 든 민간 잠수사는 바지선에서 불편하게 잔다는데, 이게 말이 되냐고. 잠수의 편의를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버티더군. 선내를 오가는 잠수사들을 위하는 것 외에 무슨 편의가 또 있다는 건지 지금도 모르겠어.
  • 최대한 참자고 유가족들끼리 약속했거든. 잠수사들에 대한 첫인상은 몹시 지쳐 보인다는 거였어. 한 달 넘게 바지선에 머물며 잠수한 탓인지, 살갗은 거칠고 볼은 홀쭉하고 머리카락도 길게 자라 제멋대로였지. 잊히지 않는 건, 내가 빵을 집어 권했을 때 잠수사의 첫마디였어. "미안합니다." 그 잠수사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어. 생각들을 해봐. 잠수사가 내게, 나아가 유가족에게 미안할게 무엇이 있겠어? 그들은 이 불편한 바지선에서 먹고 자며 실종자를 찾기 위해 잠수하는 사람들이야.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도 실조자들을 수습한 잠수사가 내게 미안할 까닭이 없어. 하지만 그는 빵을 먹지도 못한 채 다시 나한테 고개를 숙이며 말했지. "정말 미안합니다."
  • 처음 만난 사인데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는 사람을, 나는 그전에도 그 후에도 본 적이 없어. 최선을 다해 실종자를 찾고 있지만 아직 미수습자가 있기 때문에 그 미수습자의 유가족인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부터 한 거야.
  • 나는 수학여행을 떠난 아들을 맹골수도에서 잃은 국민이고, 내 앞에 앉은 사내들은 억울하게 숨진 내 아들을 찾고자 매일 잠수하는 국민이라고. 국민과 국민이 만난 거야. 유가족과 잠수사가 서로 사과를 주고받아서는 안돼. 오히려 우린 함께 국민을 우롱하고 상처를 입힌자들을 찾고 그들에게 공개사과를 받아야 해. 정말 머리 숙여 사과할 사람을 찾으려고 내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라고. -故최혁서군의 아버지 최용재 씨

 

  • 맹골수도에 침몰한 선내를, 끼니를 잇듯 오간 잠수사들은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했습니다. 잠수병에 걸렸으니까요. 언젠가는 어쩌면 종종 입에 담긴 했어도 마지막까지 피하고 싶었던 바로 그 저주가 몸 안에 깃든 겁니다. 잠수 중 몸 밖으로 완전히 배출되지 않은 질소가 기포를 형성하여 피의 흐름을 방해한 겁니다.
  • 이압성 골괴사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근육이 찢기거나 인대가 늘어난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반신 감각이 떨어지면서 소변과 대변 처리가 힘겨운 이도 있었고 극심한 트라우마로 인해 환청과 환영에 시달렸습니다.
  • 마음이 산산조각으로 무너져 울고 싶지 않은데도 눈물이 나고, 욕하고 싶지 않은데도 화가 나고, 사소하게 조금만 불편해도 짜증이 났던 겁니다. 잠수사들이 왜 그랬겠습니까? 무너진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려는 발악입니다. 그때 벌써 마음을 심각하게 다친 겁니다. 바지선엔 적어도 나처럼 잠수 전문의 한 명과 정신과 전문의 한 명이 상주해야 했습니다. 매일매일 잠수사들의 몸과 마음을 챙겼어야 해요. -잠수의학 전문의 윤철교 박사
  • 잠수병은 증세도 제각각이고 치료 기간이나 치료방법도 다릅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선 2014년 12월 31일에 치료비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국가에서 위임을 받은 검사가 류창대 잠수사에게 형사책임을 묻기로 한 겁니다. 충격이 매우 컸습니다. 정부에 대한마지막 기대마저 사라진 겁니다. 몸 망가지는 것을 알면서도 잠수한 것은 이 나라가 우리를 끝까지 책임지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맹골수도로 뛰어들기 전에 치료조항이 들어간 계약서를 미리 받아두지 않았느냐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실종자 수색과 수습에 일분일초가 아까웠습니다. 승객을 구조하지 않았느냐고 따지기까지 했습니다. 구조가 아니라 실종자 수색과 수습을 위해 간 거라고 설명하면 사람 다죽은 후에 그딴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헛고생했다고 혀를 찼습니다. 주검이나마 확인한 유가족과 미수습자 유가족의 간극을 그들은 몰랐습니다.
  • 주검을 거둬 장례를 치른 후에야 비로소 죽은 자는 죽은 자가 되는 겁니다. 그들을 살리는 일에 동참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들을 온전히 죽은 자로 만드는 일 역시, 민간 잠수사에게도 유가족에게도 매우 종요했습니다.
  • 지구를 한마을이라 부르며 곳곳의 특종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세상에서 민간 잠수사에 대한 소식만 어떻게 쏙 빠졌을까요? 깜깜한 선내에서 흘린 우리의 눈물, 우리의 땀, 우리의 두려움, 우리의 고통, 우리의 의지, 우리의 노력은 전부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 "어머님입니다 2003년 2월 18일 중앙로역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대구 지하철참사.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잘 울었어요. 지가 울고 있으면 어머니가 손수 거을 꺼내 눈물을 훔쳐주곤 했습니다. 다 잊은 줄 알았는데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선 아무도 제 눈물을 닦아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날 그 아주머니(세월호 유가족 중 한 어머니)와 맞닥뜨리기 전까진. 이 얘길 꼭 하고 싶었습니다. 밖에서 보기엔 두 패로 나뉘어 싸우는 것 같지만, 결국 다 똑같은 겁니다. 유가족인 지가 자라 의경이 되어 또 다른 유가족을 막을 줄 누가 알았겠십니까" - 의경 김종관 씨 (세월호 농성을 말리던 의경)
  •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304명이 죽은 거예요. 배가 침몰한 뒤에도 마땅히 이뤄져야 할 일들이 생략되거나 무시되거나 연기되었습니다.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서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다 봤어요. 장관은 장관답지 못했고, 해경은 해경답지 못했고, 기자는 기자답지 못했어요. 처음엔 우리도 당황해서 우왕좌왕했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알겠더라고요. 제 동생(강나래)을 맹골수도의 침몰한 배 반에서 데리고 나올 사람은 민간잠수사뿐이라는 것을. 전쟁으로 치자면 잠수사들이 있는 곳이 최전선이고 나머진 전부 후방이라고.. 그런데 잠수사들 작업 내용을 제대로 알려 주지 않는 거예요. -故강나래 언니 강현애 씨 

 

  • 보상금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급되는 게 아냐. 국가가 먼저 보상금을 유가족에게 지급하고, 사고에 책임이 있는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해서 이미 지급된 돈을 받아내는 거니까. 구상권이란 타인이 부담하여야 할 것을 자기의 출재로서 변재하여 타인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부여한 경우 그 타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야. 이 방식은 유가족이 아니라 정부가 먼저 제안했고, 성수대교 붕괴나, 대구지하철 참사 등 대형재난 때도 같은 방법을 썼어. 정부는 해운 회사에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해 뒀고, 회사가 들어둔 보험이나 자산을 압류해 둔 상태야. 우선 보상금을 받는 건 유가족이 가진 최소한의 권리야. 이번 참사의 보상금은 일반 교통사고 수준으로 책정되었어. 희생 학생들의 경우는 도시 일용직 노동자 기준으로 금액이 산정되었다고. 아이들의 재능과 꿈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일괄 정리된 거야. 그러니 다른 참사와 비교해 봐도 보상금이 많을 수가 없어. 유가족이 받은 돈은 이 보상금에 희생자들이 개인적으로 가입한 보험금과 국민들이 낸 성금을 합친 거야 다른 참사 때도 보험금과 국민성금이 있었고, 잊을까 싶어 다시 지적해 두자면 이 보험금과 성금에도 세금 한 푼 나간 게 없어. 교묘하게 숫자로 장난치는 놈들이 있어. 예전참사의 경우는 보상금만 제시하고 이번 참사에는 보상금에 보험금과 성금을 모두 합쳐 놓곤 비교하는 식이지. 눈속임이야. 야비한!

 

  • 가만히 있으라 이게 304명을 죽인 말이지. 304명만 죽인 게 아니라 잠수사들도 죽이고 또 나도 피고인으로 만든 말이야. 잠수사들이 가만히 있었으면 여러분이 이렇게 나를 만나러 왔을까? 민간잠수사가, 그 뭐라더라 팟캐스트도 나가고, 변호사도 만나고, 기자도 만나고, 또 관심 가져주는 국회의원도 찾아가고 그래서, 가만히 있지 않아서 여기까지 온 거라고! 
  • 맹골수도에서 일한 잠수사들은 갑도 아니고 을도 아니고 병도 아니었네. 갑을병정무. 그래 우리는 무였어. 경수는 농담처럼 그 무가 없을 무라고 하더군. 있지만 없는 존재. 인간도 아닌 존재. 아무렇게나 쓰고 버려져도 무방한 존재. 그런 무취급을 받았어.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잠수사들에게 하루에 두세 번씩 잠수하라 명령할 수 있나? 그 열악한 바지선에서 먹고 자라고 할 수 있나? 내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씌울 수 있나? 잠수사들의 치료비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릴 수 있나? 맹골수도에서 함께 일한 잠수사들은 얼마든지 다시 일할 준비가 되어 있네. 하지만 지금 이상태라면 내가 말리고 싶어. 우리에게 명령을 내린 자들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라면, 잠수사가 죽고, 잠수사가 병들고, 잠수사가 누명을 뒤집어쓰고, 법정에 서는 일이 되풀이될 거야. 난 그게 두렵네. 정말 두려워. -민간잠수사 류창대 씨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2015년 2월 장편 목격자들은 출간되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후기 조운선 침몰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목격자들을 낸 후 허탈했다. 소설 속에서는 조선 명탐정이 조운선의 침몰 원인을 밝히고 범인을 색출하면서 정조가 참사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까지 보이건만, 소설 밖 세월호의 진상규명은 지지부진했다. 그때 416 기억저장소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아 2015년 9월 22일 세월호 유가족이 출연하는 팟캐스트 준비 중인데 사회자로 참여할 수 있는지 제안을 받았다. 재지 않고 하겠다고 했다. 이후 3월 2일 김관홍 잠수사가 녹음실로 왔다. 김관홍 잠수사의 목소리를 그날 듣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를 쓸 수 없었을까. 그렇다고 망설임 없이 답하겠다. 5년, 10년 뒤 내 단상들이 소설에 포함될 순 있겠지만 지금처럼 이런 꼴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는 적어도 이 소설과 관련해선 특별한 한 사람이다. 
  • 아이들은 철없어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위험을 감지했고, 두려웠지만 친구들과 함께 세월호에서 살아 나오려고 선내 방송에 따라 질서 있게 기다린 것이다.
  • 실종자 수색과 수습은 기본적으로 팀 작업이에요. 통로를 개척하느라 근육이 찢어지고 인대가 상한 잠수사가 한둘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몇 명이나 수습했느냐고 물어보면 안 되는 겁니다. 제가 한 게 아니에요. 팀이 함께 한 거죠. -잠수사 김관홍 씨

 

  • 사실 이 소설은 읽을 때마다 힘들고 눈물이 나는 이야기라 힘겹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고 잊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크다. 나 역시도 희생된 학생들만 어렴풋이 기억했었는데 혹은 유가족들이나 각종 참사 때 노란 리본이나 깃발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움직이는 고마운 사람들이라고만 인식했었다. 작년에는 생존학생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살아남은 사람의 괴로움을.. 이 책을 삼독 하면서 희생자들을 수습한 민간 잠수사들의 잊힌 희생들을 기억해야겠다 싶어 꼼꼼하게 읽었다. 

 

  • 선한 의도로 행하는 선행들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왜 민간 잠수사들은 비밀서약서를 서명했을까, 왜 확실한 계약관계없이 잠수를 시작했을까 하는 편협한 생각을 하며 답답해했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제삼자의 눈으로 지나고 나서의 상황을 보기 때문에 하는 생각이라는 생각이 재독 할 때야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아마 당장 나의 일이라면 나 역시도 길게 읽어보지 못하고 그저 서명했을 것이다. 쇼핑몰에 가입할 때도 앞머리만 읽어보고 뒤에는 읽지도 않고 서명하는 게 나란 사람인데.. 똑똑한 척하는 거다.

 

  • 이 소설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2부가 더 충격적이고 몰입이 더 되었다. 아마 울기도 더 많이 울었던듯하다. 고되게 잠수를 하루에 두세 번 반복하면서 물속에서 충격적인 모습으로 고인이 된 희생자를 수습하는 게 상상이 되어 억장이 무너졌다. 산업잠수사이지 피해자를 수습하기는 그들도 처음인데 정부에서는 안일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답답했다. 잠수사들이 끔찍한 광경을 매일 보다 보니 마음이 고장 나게 되고 극심한 트라우마에 몸과 마음을 다쳐 극 중에 잠수병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결국은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김관홍 잠수사도 하늘의 별이 되었다. 

 

  • 이후 여러 참사들이 또 일어나서 다양한 색상의 리본들이 늘어나고 반복적으로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는 모습들을 보니 씁쓸하다. 국민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자 하는데 왜 고위관직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개선을 하지 않는지 답답할 뿐이다. 그럼에도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겠지. 작별하지 않아야 한다.

 

 
거짓말이다
작가 김탁환이 2014년 한국에서 일어난 대형 해난 사고를 목격한 후 데뷔 2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시도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거짓말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거대 여객선이 침몰한 맹골수도로 향한 잠수사들이 병원을 거쳐 법정까지 대관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풀어간다. 거대 여객선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맹골수도에 침몰한 뒤, 잠수사 나경수는 동료 잠수사로부터 심해에 가라앉은 배의 내부로 진입할 잠수사가
저자
김탁환
출판
북스피어
출판일
201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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