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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4 - 25 일상

25.03.21. 삶의 마지막 날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by hello :-) 2025.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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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마지막 날이 온다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고 싶다. 평생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어 본 적이 잘 없는데 그때만큼은 자연광 아래에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 아마도 우리동네에 나무로 만든 정자에서 바람을 느끼며 유유자적하게 책을 읽고, 점심으로는 근처 돼지국밥집에서 내장국밥을 한그릇 하고는 정자에서 꾸벅 꾸벅 졸기도 하고 여유로운 오전을 보내고는 오후에는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며 바람과 나무 냄새를 맡으며 산책을 하고 싶다. 

 삶의 마지막이라는 설정이 언제를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구가 멸망하는 때인지, 아니면 내가 시한부 판정을 받고서의 삶의 마지막날인지 모르겠지만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면 연명치료를 받고 싶진 않다. 어렸을적 할아버지가 폐암을 진단받고는 6개월도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는데 괴롭게 몸부림치다가 가셨다. 마지막에는 병실에서 같이 생활하던 젊은 환자의 죽음으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링거를 가스관으로 보고는 몸부림치기도 하며, 병원에서 마지막까지 생활하느라 급격히 무너져 내리느라 임종 당시 나는 할아버지를 보지도 못했고, 장례식장에 참석도 하지 못했었다. 내가 충격받을까봐 막았다고 하는데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할아버지와의 인사를 하지 못함이 너무 아쉽다. 가뜩이나 친척도 없고, 가족 누군가의 죽음을 아직 목격한 적이 없어 언젠가 다가올 부모님과의 이별 역시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삶과 죽음의 매일 마주하는 의사들이 쓴 에세이를 읽으며 그나마 죽음에 대한 생각을 가끔 하곤 하는데 과연 후회없이 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보곤 한다. 사실 모든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태어날때는 순서대로 태어나더라도 갈때는 순서 없다는 말을 종종 듣곤하는데 정말 갈때가 되면 미련없이 떠나게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아마도 내가 질병이나 급작스러운 사고나 정신적인 문제가 없다면 거뜬히 8~90 이상은 살텐데 이것 하나는 포기하지 못한다고 하는 문제점이 무엇이 있을까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건 아마도 내가 주도적으로 삶을 꾸리지 못한다면 괴로워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몸이 불편해서 휠체어는 타고 다닌다고 하더라도 누가 화장실에서 나의 뒷처리를 하는건 죽기보다 싫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먹는게 좋아서 요리사가 된 내가 혹여나 건강상의 문제가 생겨서 음식을 먹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면 그건 너무 괴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하나 둘 내가 내려놓기 시작하는 것부터가 나이듦의 시작이 아닐까.. 아마도 내가 나이들어가고 고통이 나와 함께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나이듦의 준비자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벌써 하게 된다. 대비를 한다고 해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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