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 트라우마가 있다.
7살인가 8살 때쯤 강에서 물놀이를 가족들과 갔었다. 당시 강의 바닥은 자갈로 되어 있었다. 수영을 못해서 발만 담그고 있었다. 가족과 친척들이 함께 간 물놀이로 기억을 하는데 물살이 거센 강을 굳이 가로질러서 넘어오라던 외사촌 오빠의 말에 첨벙첨벙 건너다가 갑자기 발밑의 자갈이 쓰윽 무너지며 그 위를 딛고 서 있던 나도 갸우뚱하며 넘어지며 센 물줄기에 휩쓸려서 떠내려가며 강물을 엄청 먹었다. 눈이며 코에 물이 잔뜩 들어왔고 너무 무서워서 허우적거리며 팔을 휘저으며 숨쉬겠다고 입을 벌렸다가 물도 한가득 마셨었다. 이상하리만큼 무릎아래가 펴지지 않아서 정말 섬뜩했었다.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리 아빠가 사람 둘이 탈만한 고무보트를 붙잡으라고 집어던졌는데 고무보트인 바람에 바닥면이 내 머리를 강타하면서 강물에 꼬꾸라졌었다. 그러면서 강 하류까지 떠내려갔었고 그때 근처에서 물놀이 중인 가족이 나를 붙잡아줘서 그나마 하류에서 내가 건져졌었다. 강물이 그렇게 깊은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리만큼 다리가 펴지지 않아서 말 그대로 우당탕 탕 떠내려가다시피 했었다. 그때 쫄보인 나는 눈도 못 뜨고 물이란 물을 죄다 마시고 하면서 청각적으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비 오는 날 그 빗소리가 참 거슬린다.
그때이후 물을 보면 무서워하거나 그러진 않는데 유독 물 흐르는 소리나 샤워기 물소리에 한동안 흠칫 놀라곤 했었다. 그때 엄마는 지금보다 100만 배 무서울 때라 이건 극복해야 한다며 매해 여름 나를 수영배우라고 보냈었고 난 울면서 안 간다고 소리 지르고 난리를 쳤었다. 그런 경험이 있다 보니 물에 들어가면 몸에 힘을 주게 되고 그러니 물에 몸은 안 뜨고.. 이게 악순환되면서 수영을 배우려고 등록을 다섯 번이나 했지만 결국 수영 못하는 사람이 되었고 지금은 아예 근 10년째 여름휴가는 안 가는 직업을 갖고 있다. 물놀이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다 보니 휴가를 안 가는 것에 대해서는 별 감흥이 없긴 하다. 사람 많은 거 싫어하는 데다가 물을 싫어하니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다. 그냥 집에서 내 침대 위에 있고 싶을 뿐... 작년까지만 해도 비가 오면 빗소리 때문에 밤을 새우곤 했었다. (침대머리맡에 창문이 있음) 침대위치를 바꿀 상황이 아니다 보니 시끄럽다고 이야기해 봐야 우리 집 가족들은 내가 예민하다고만 할 뿐 이해를 해주지 않더라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조금 비싼 귀마개를 샀다. 처음에는 별 효과가 있겠나 싶었는데 비싼 값을 했었다. 귀를 막는 부분이 말랑 말랑하고 뺄 때는 문고리처럼 동그랗게 되어 있어 뾱 빼기 쉽게 생겼다. 아예 빗소리가 안 들리는 건 아니지만 귀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들리다 보니 귀에 꽂고 잠든다. 그러고 보면 애초에 소리에 예민한가 싶기도 하다. 누군가가 귓속말하거나 하면 굉장히 거슬려하는데 다만 티를 안 낼 뿐이다. 나와 상관없이 지들(?)끼리 낄낄거리고 웃는 것일 수도 있고, 괜히 티를 내면 진짜 히스테릭하고 예민하고 재수 없는 사람 같아 보일까 봐 아직까지는 사회적인 가면을 쓰고 내 욕하여 기만해봐라 한대 패버린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버텨낸다. 나만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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