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이나 문학 속에서 극단적으로 저속한 것을 만나더라도 그것을 불쾌감이나 분노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된다. 오히려 감정을 삭히면서 차라리 자신의 성격 연구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그러면 어떤 사람의 저속한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게 돼도 매우 특이한 표본을 발견할 것처럼 태연하게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일부러 저러나 싶을정도로 사람을 긁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보통은 참거나 내가 예민한 거겠거니 하고 넘어가려고 하지만 꼭 자신의 행동은 별거 아니라면서 나의 한마디가 실수에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 예전의 나였으면 꼬박꼬박 내가 맞다고 우기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생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의 나는 안미안해도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아예 말도 못 하게 입을 틀어막기 위해서 내가 생각이 짧았다, 너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무조건 부둥부둥한다. 어차피 옳고 그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기분이 나빴다는 것에 스위치가 발동하면 어떻게 보복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옳다고 이야기해버린다. 대신 너무 과해버리면 더 기분 나빠하니까 적당히 이야기 들어주는 척하면서 그래그래 네 말이 옳다고 동조를 해준다. 사람 응대를 업으로 하다 보니 정말 별에 별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사과를 하면 그걸 꼬투리 삼아서 전액 환불요청하는 사람부터 이물질 있었다고 박박 우기는 사람까지.. 대신 이물질 들어간 건 단호하게 응대를 거부한다. 애초에 손님에게 나가기 전에 이물질이 안 들어가게 검열하는 것을 잊지 않는 데다가 그러기에는 조리모를 쓰는 데다가 혹여나 싶어 내 머리에 왕 딱삔이 10개나 꽂혀있어서 들어갈 리가 전혀 없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말투나 억양 부분은 내가 억양이 쎄고 목소리가 크다 보니 난 100%로 그런 의도로 한 게 아닌데 상대가 꼬투리 잡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조건이라 최대한 손동작을 사용한다. 두 손을 모아서 미간을 모으면 나름 공손하게 보인다나 뭐라나..ㅎㅎ 사실 여러 사람을 상대하면서 실험체로 사용을 하면서 방법이 통하면 다시 사용해보기도 하고, 통하지 않으면 폐기하기도 하면서 나름 응대 스타일을 발전시켜 본다. 덕분에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보면서 인류애가 박살 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쉬는 날에는 골방에 틀어박혀서 하루종일 저속충전한다는 핑계하게 늘어지게 동면에 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내향인으로 변하게 된다. 어릴 때는 팬클럽 활동도 하고 소모임도 즐겼었는데 지금은 귀찮기도 하고 사람들의 밑바닥을 많이 보다 보니 사람과의 거리감을 두고 살게 된다. 징글징글 한가보다 나도 모르게.. 실제 마트를 가면 이벤트 기획상품은 피하게 된다. 그 근처에 사람이 바글거려서..;;ㅎㅎ 언젠가 지금 가지고 있는 직업에서 은퇴하게 되면 모를까 당분간은 이렇게 사람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살 것 같다. 인류애를 미리 끌어 다 와서 돈과 바꿔서 돈벌이하는 느낌이 드는 건 너무 비약적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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