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엄마에게 상처를 많이 받는다.
배려가 당연시되고, 내가 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질 때 상처받게 된다. 보통은 쉬는 날에 일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 주 6일 고강도로 일하다 보면 늦잠을 자고 싶은데 아침 7시에 깨워서는 가구 옮겨달라고 하거나, 갑자기 세탁해야 한다고 옷세탁할 거 다 내놓으라고 하면 난감하다. 일단 아침 7시에 우당탕탕 가구 옮기는 것 자체가 민폐라고 여겨지는 데다가 지금 당장 안 해도 될 거 같은데 굳이 지금 해야 한다고 우기는 게 너무 어이가 없다고 전날에도 정오 이후에나 오후에 하겠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했음에도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경우가 태반이라 짜증을 낼 수밖에 없다. 그럼 짜증 낸다고 아주 호로자식이 되는 건 너무 손쉽다.. 옷세탁도 전날 다 내놓았는데 굳이 흔들어 깨워서 세탁할 거 없냐고 내놔라고 이야기하면 일단 짜증을 낼 수밖에 없다. 전날 다 이야기해놨다고!!! 연세가 들어서 그런가 왜그리 성격이 급한데 더 급해졌다. 같이 밥 먹다 보면 거의 씹지도 않고 호로록 먹다 보면 나도 덩달아 밥 먹는 속도가 빨라져서 결국 체하게 되어서 요즘은 꼭꼭 씹어 먹으려고 하면 살 빼려고 하느냐부터 해서 그 이야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참고로 나는 살을 뺄 생각이 전혀 없다. 무조건 다이어트는 안 할 거야는 아니지만.. 일이 너무 바빠서 지쳐서 식욕을 잃은 거지 몸무게를 뺄 거니까 무조건 적게 먹을 거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백날이야기해 봐야 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은 다이어트하는 거네 하면서 비꼬는 말을 들으면 그래 맘껏 생각하라고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는다. 한다고 해도 듣지를 않는데 뭘 어떻게 하느냐는 거지..
그러다보니 나도 참다 참다 그냥 대꾸를 하지 않거나 독촉을 하면 먼저 하라고 이야기하면 엄마는 삐져버린다. 이제는 삐진 것을 풀기도 귀찮고 그래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어제의 경우는 둘이 산책하다가 먼저 앞질러가는데 쫓아가다가 넘어질 뻔 한 이후에는 그냥 나의 속도대로 걸었다. 주위 풍경을 보고 기분 좋게 걷기 위해서 나간 건데 일행을 쫓기 위해서 뜀박질이라니.. 결국은 나는 가다가 중간에서 엄마는 가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주쳐서는 벤치에서 만나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만나서 마시기로 했다. 손잡이도 없는 플라스틱 컵에다가 뜨거운 커피를 가득 부어서 주는데 호로록호로록 마시는데 뜨거워서 손도 못 데고 있는데 빨리 마시라고 독촉하는 바람에 입천장은 화상 입고.. 결국 다 따라낸 보온 물통에 다시 커피를 반절이상 덜어내고야 컵을 들고 마실 수 있었다. 겨우 반쯤 마셨는데 보온 물통에 있는 커피를 부어버리는 것이다. 아니 덜어서 마시려고 부어놓은 거라니까 없는 줄 알았다나 뭐라나.. 황당해서 대꾸도 못하고 있는데 언제 다마시냐고 독촉해서 그냥 먼저 집으로 가시라고 난 좀 더 걷다가 가겠다고 보내버리고 천천히 산책길 끝까지 다녀왔다.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내가 이만큼 했는데 저사람은 왜 내 뜻을 몰라주는 것일까 라는 기대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애초에 내 뜻을 알아줄 거라는 기대감을 없애고 바라는 것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내 속도를 알아주면 고맙지만 그게 아니라면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하고 단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고 의견을 분명히 하는 편이다. 기본적인 도리를 하되 나에게 강요하지 말아 달라고 거듭 이야기한다. 사람은 각자의 속도가 있고, 각자의 마음이 있는데 표현하지도 않고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라 생각한다. 매번 이야기하는데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그냥 내가 포기하는 게 빠르다. 나도 상대의 바람에 따라주지 않는데 상대가 내 뜻대로 할리가 없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만약 내 뜻대로 된다면 베리쌩유 감사이지만 내 뜻대로 안 된다면 그저 그런 상황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굳이 속 터지는 내 마음속에 지옥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러면서 도를 닦는 건지도 모를 일이지만..ㅎㅎ)
'hello's 24 - 25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02.23.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15) | 2025.02.23 |
---|---|
25.02.22. 계획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을때 나는 어떻게 하는가? (14) | 2025.02.22 |
25.02.20. 감정기복이 심할때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16) | 2025.02.20 |
25.02.19. SNS에서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16) | 2025.02.19 |
25.02.18. 실패가 두려울때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은? (17) | 2025.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