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게 된 건 순전히 표지 덕분이다.
사실 원래 소설을 잘 읽지 않는데 표지가 너무 예뻐서 홀린 듯이 담아 놓고 하루 만에 후루룩 들었다.
소설은 시점이 1인칭 시점이다. 범우라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범우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사람으로 10년간 만나던 연인 유미에게 보름 만에 헤어짐을 통보받고 전 연인은 결혼한다. 주변의 추천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고 상금 1억 원의 장편 소설 공모에 응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하지만, 바람과 다르게 그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승승 장구 하리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먹고살기 위해서 대필 작가가 된다. 그러다가 의뢰가 들어온 자서전의 대필로 인해서 한 기업의 홍보 부장으로 스카우트 의뢰가 들어온다. 입사를 위해서 군 입대 이후 20년 만의 건강검진을 통해서 대장암 4기를 진단받게 되면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범우는 모아놓은 돈도 없는 데다가 지지리도 복이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게 되고 이렇게 사느니 죽음을 선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지만 차마 실현하지 못한다. 13년 전 자신의 어머니가 아파트 5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자살했기 때문. 정말 끝까지 몰린 범우는 문득 생각한다. 자신의 엄마는 왜 자살을 선택하게 된 걸까..
그러다가 건강검진 후 입사가 취소된 회사(자서전 대필한)의 회장님이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본사 연구 개발센터 인공지능 연구실에서 책임 연구원으로 일해볼 생각 없느냐고.. 병가를 내면 치료비도 지원해 주고, 휴직 시 급여도 제공해 준다고 한다. 이에 출근하다가 책임 연구원인 경선을 만난다.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와 소통하는 기술임을 알게 되고, 경선의 경우 근무 도중 사산한 아들 '은총'을 AI 기술로 구현하여 소통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범우 자신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자신의 엄마를 구현하여 물어보고자 한다. 왜 자신을 두고 그렇게 죽음을 선택하였는지..
AI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 방대한 자료가 필요함을 알게 된 범우는 13년 만에 자신의 엄마에 대한 자료를 모으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엄마에 대해서 알아가게 된다. 늘 자신에게 화가 나있고, 표정이 없고, 어딘가 공허한 표정을 가지고 있던 엄마.. 불현듯 범우는 본가에 엄마의 유품인 일기를 기억하게 되고, 항암치료를 앞두고 기록을 찾아간다.
그 기록을 마주하자 엄마가 왜 그렇게 표정을 잃고, 화가 나있고, 체념해 있는지 알게 되면서 자신이 알지 못한 엄마. 아니 지금의 자신보다 더 어린 한 여자의 인생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진심으로 그녀의 굴곡진 삶을 바라보면서 인간적으로 안쓰러워지고 서글퍼진다. 날개가 꺾인 총명한 한 여자의 기구한 삶에서 투신은 그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발적으로 선택한 하나의 선택임을 알게 되고 자신이 알고자 한 엄마의 자살한 이유가 잘못된 질문임을 깨닫게 된다.
인공지능 구현 기술로 엄마의 얼굴과 닮은 아바타를 마주하고 범우는 형언할 수 없는 눈물을 쏟아낸다. 그러고서 아바타의 얼굴을 한 10대의 엄마에게는 교장선생님으로, 20살의 엄마에게는 엄마를 좋아했던 고향 오빠 상섭 오빠로, 엄마의 나이 스물두 살에는 큰 외삼촌의 모습으로 엄마의 고독하고 외로운 그 시기를 대화한다. 그리고 마지막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던 나이 마흔아홉 살의 죽기 직전의 엄마와 마주하고 아들로서 대화한다.
그제야 범우는 깨닫는다. 나를 사랑한다 말해주지 못한 건 엄마뿐만 아니라 나 역시 엄마에게 하지 않은 말임을..
살갑지 못한 가족관계로 성장과정에서도 순탄하지 않았던 주인공 범우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무려 십삼 년이 되어서 대장암 4기 진단을 받고서야 엄마의 얼굴을 한 아바타를 구현하기 위해 아버지와 터놓고 대화를 할 수 있고, 심지어 남동생과는 연이 닿지 않고 있다. 매몰차게 떠나간 전 연인 유미는 마음 편하고 잘 인지 스리슬쩍 연락이 와 차단 목록에 등록했다가 엄마의 얼굴을 한 아바타와의 대화로 처음으로 통화를 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범우가 항암치료를 받는지, 유미와는 어떠한 대화를 하는지는 상상에 맡겨지는 걸로 나오는데 인공지능이네 데이터네 하는 내용이 나오지만 결고 SF나 먼 이야기로 생각이 되진 않는다.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더 처참한 마음이 들어서 듣는 내내 마음이 참 서글퍼졌다.
나 역시 고3 때 엄마의 수면제 과다 복용 사건으로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적이 있어서 범우의 시선이 많이 공감이 갔다. 너무나도 닮은 듯 다른듯한 범우의 시선에서 중반쯤 되었을 때 범우의 시한부는 사실 잊히고 범우의 엄마에게 시린 공감이 갔다.
사실 나 역시 살가운 자식은 아니었고 사사건건 많이 부딪혔고, 많이 상처받았었다. 범우처럼.. 하지만 범우처럼 회피하지 않고 나 편하자고 살가운 척 상처받지 않은 척 다가가고 있다. 범우처럼 "엄마 사랑해 "라는 말은 하지 못하지만 이 퀴즈를 보고서 착안해서 과한 콧소리와 함께 "자기야 사랑해"를 뻔뻔하게 외치며 닭다리 하나 탈취하는 간 큰 딸이 되었다고 놔 할까.. 좀 느닷없는 생각이긴 한데 이 소설처럼 인공지능 구현 기술이 코앞에 와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살아생전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남겨놔서 나중에 언젠가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과의 소통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역시 들었다고 하면 너무 메마른 감상평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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