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is better than yesterday

hello's 22 - 23 책장

깻잎 투쟁기

hello :-) 2023. 2. 24. 20:33
728x90
반응형

 사실 이 책만큼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의 감정이 달라진 책은 드물다고 생각이 든다. 

처음에 이 책을 읽겠다고 담았을때 한창 깻잎 논란이 한창이었다. (없지만) 교제하고 있는 이성이 다른 사람이 먹으려고 애쓰는 깻잎김치(인가 장아찌인가)를 떼어주는 것에 화를 내는 게 맞느냐 오버인 건가 하는 논란이 있을 때였다. 개인적으로 나의 대답은 밥을 더 줘라이다. 눈도 침침한데 그걸 왜 떼주고 앉아있고 그걸 왜 서운해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참고로 우리 집은 엄마가 그러고 있든 내가 그러고 있든 노 관심을 선사한다.) 

 

 아무 정보 없이 이 책을 읽었다가 많이 화가 나기도 하고 부끄러워지기도 했던 책이다.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에 대한 내용이다. 사실, 초등학생때 산업단지 쪽에 살아서 동남아 사람들을 심심찮게 보곤 했었다. 그때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많이 거주하고 있구나라고 알게 되었다. 지금은 망해서 없어졌지만 근무하는 매장 옆에 옆에 쌀국숫집만 하더라도 사장님과 직원 모두 베트남 이주 노동자였다. 

 사실 우리의 삶에 확 와닿지 않아서 그렇지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의 삶에 많이 개입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주로 깻잎밭에서 라고 하지만 공장이든 어디서든 많이 있는데 한국 시골에서 이주 노동자의 삶이 처참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한국으로 취업하고자 와서는 임금이 체불되고 사업주는 배 째라고 항변한다. 그들의 민낯과 법의 허점에 숙연해진다. 

 못 사는 나라에서 왔으니 돈 덜 줘도 된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사업주에게 이주 노동자는 묻는다. 그러면 세금도, 밥값도, 집세도 모두 적게 내면 되겠다고 우리는 못 사는 나라에서 왔으니까.. 

사실 나는 건강보험 공단 고객센터에서 근무했었다보니 가끔 외국인들의 건강보험 문제로 전화가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지금은 거의 다 까먹었지만 체류코드에 따라서 보험료도 다르고 보험 부과 방식도 조금 차이가 났었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건강보험료를 악용한다는 내용이 다 옳지만은 않다고 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한 사람당 10만 원이 넘는 건강보험료를 부과를 하고 (내국인의 건강보험료 평균임) 이들이 단시간에 돈을 벌고 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장기 요양보험료도 부과를 한다. 뿐만 아니라 타국에서 근무하는데도 허허벌판에 비닐하우스 하나 떨렁 지어놓고 한 사람당 25만 원의 기숙사비를 부과하기도 한다. 물론, 주 6일 7일 근무하면서 근로 계약서에 작성된 8시간의 노동시간은 지켜지지 않는다. (깻잎 박스 인당 15박스 아니면 월급에서 깐다는 둥 이 새끼 저 새끼등 인격적인 모욕도 서슴지 않는다. 통장과 여권까지 압수해서 사업주가 가지고 있는 사업장도 많았다고 한다. 국제적으로도 문제가 된다고 그러지 말라고 권고한다고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

  읽는 한편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들이 모두 한국말을 다 알고, 내국인이었어도 그랬을까 싶다. 물론, 사업주의 변명도 일리는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남는거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3년 7개월 동안 6천만 원의 인건비를 미납하고. 이들이 그것마저 떼먹을까 봐 억지로 근무하면서 고용 계약이 만료되고 자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도 간절하게 매달리는 이들의 사연을 보니 앞으로 깻잎은 당분간 못 먹지 싶다..

 받지 못한 급여 6천만원이 결국 3천만 원으로 깎이더니 그마저도 자기 재산 없다고 배 째라고 해서 법원에서 최종 판결로 천만 원으로 나왔지만 한 푼 받지 못한다. 사실 이러한 일의 근본적인 이유는 아무리 급여를 받지 못해도 이주 노동자가 근무할 곳을 본인이 변경하지 못하고 사업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허점에서 시작한다. 언제라도 추방가능하도록 그 권한이 사업주에게 모두 일임한 결과인데 악용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1만 원 2만 원 주면서 성추행을 하는 사업주도 있고(이주 노동자는 모멸감에 받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정당한 고용 계약(고용허가제)을 통해서 이주 노동자로 들어온 사람보다 미등록 이주민(불법체류자)이 되었을 경우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고용허가제로 고용될 시 5~6명이 사용하던 비닐하우스에서 미등록 이주민으로 근무할 시 오히려 더 좋은 환경에서 주거가 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용 허가제를 통해서는 최저임금보다 못한 금액을 받지만, 미등록 이주민으로 되면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 이글의 말미에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처우 문제를 한국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려온 쓰레이나씨가 한 말이 참 많이 미안해진다.

"사장님들은 돈만 생각해요. 한국사회는 돈만 우선시 합니다. 옆에 있는 이주 노동자가 사람이라는 것을 까먹나 봐요. 그리고 한국사람들은 이주 노동자를 많이 무시합니다. 이곳에 이주민에 대한 차별 문제는 심각해요. 우리가 인간으로서 평등하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

"미등록 노동자들도 임금 체불 문제를 많이 겪습니다. 사장님은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고, 월급을 주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사람이 일하기 싫어하는 곳에 미등록 노동자들이 가서 일을 합니다. 어느 누구도 불법으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중간에 한 이주 노동자에게 묻는다. 한국인에게 차별당하지 않느냐고.. 이주민의 대답이 서글프다.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오히려 차별 당하지 않는다고..(사업주가 외출마저 통제하여 같이 근무하는 사람 이외에는 사람 볼일이 없다는 말이었음)

 

 

 
깻잎 투쟁기
깻잎, 고추, 토마토, 딸기, 계란, 김, 돼지고기…… 우리 밥상에 오르는 매일의 먹을거리는 이주노동자의 손을 거쳐 온다. 전체 농·어업에서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4명이 이주노동자이고, 채소나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그 비중이 훨씬 크다. 고령화와 청년층 이탈로 텅 비어버린 농촌의 일터는 “이제 외국인 없으면 농사 못 짓는다”라는 말이 당연하리만큼, 이주노동자의 땀으로 채워지고 있다. 《깻잎 투쟁기》는 우리 먹을거리의 핵심 생산자이자 한국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인 이주노동자의 삶을 전한다. 연구자이자 활동가인 저자는 직접 깻잎밭에서 일하며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조건과 생활환경을 보았고, 농장주들로부터 농촌 사회에 이주민이 들어온 후 달라진 풍경과 농사일에 관해 전해 들었으며, 새벽에 찾아간 인력사무소에서는 미등록 이주민(‘불법 체류자’)이라는 낯선 세계를 만났다. 이 책은 결코 ‘인력’으로 치환될 수 없는 노동자들의 삶을 말한다. “이주노동자가 온다는 것은 단순히 ‘인력’이 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오는 일이다. 이주노동자의 손과 함께 삶과 꿈도 온다.”
저자
우춘희
출판
교양인
출판일
2022.05.13

http://pf.kakao.com/_XpgNxj

 

hello_서재

책에 진심이고 사랑하는 hello :-) 입니다. 같이 책을 사랑하고 함께 부셔먹어보아요+_+

pf.kakao.com

▲이전 책들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728x90
반응형

'hello's 22 - 23 책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름이 법이 될때  (34) 2023.02.28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55) 2023.02.26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51) 2023.02.23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55) 2023.02.21
왓칭-김상운  (65) 202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