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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4 일상

24.09.28. 중심이 없는 인생은 타인에게 영원히 휘둘린다.

hello :-) 2024. 9.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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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자주 의식한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우리가 너무 우유부단하고 자율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돌아보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집중하느라 매사에 자주적으로 행동하기 어려웠던 것도 같다. 쇼펜하우어는 젊은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를 평생 존경했다. 하지만, 어머니 요한나에게는 지극히 냉담했고 적대적인 감정까지 품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칩거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죽을 때까지 어머니를 만나지도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홀몸인 어머니가 요란한 연애사나 대중작가로서의 평판으로 세간에 오르내리는 것이 불만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훗날 사람들이 자신의 저술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겠지만 어머니의 작품은 쓰레기처럼 여길 것이라도 독설을 남기기도 했다. 

 사실 난 엄마에게 고집이 쎄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어릴 때부터 그랬었다. 뭐가 먹고 싶냐고 하면 아무거나라고 대답한 적이 없었다. 내가 먹고 싶다고 한 것을 먹으러 간 적이 없더라도 일단 선택은 했었다. 주도권이 나에게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타협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일단 내 의견을 내야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수렴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남의 시선에 휘둘려서 아무거나, 혹은 너의 의견대로 하자고 하는 경우에는 머리가 아프다. 지금은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처음에는 아무거나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의견을 내면 그건 별로.. 라면서 각종 이유를 붙여서 반대를 한다. 두어 번 그러다가 화가 나서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면 아니라면서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건지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다고 했었다. 나름 끈기가 있었던 시절인지 그래도 나름 스무고개처럼 여러 번 이야기를 주고받고 힘들게 메뉴를 설정하곤 했었다. 결국에는 내가 폭발하는 계기가 있었는데 그때 본인이 옷 사러 간다고 같이 가달라고 해서 갔었다. 처음에 이 옷 저 옷 들여다보길래 어느 스타일을 보느냐고 했더니 평상시 입고 다닐만한 옷을 보는데 티셔츠를 사려고 한다고 했었다. 그러고 한 세 시간을 들여다봤나.. 매장 직원도 기가 빨려서 도망가고 난 지쳐서 옆에 앉아있고.. 관심 있어 보여서 권하면 괜찮은 거 같은데 다른 사람들이 보면..으로 시작되는 문장에는 나중에 환청이 들릴 정도였다. 의아한 게 나도 그 녀석의 패션이 딱히 기억에 남지 않는 걸 보니 특출 나게 옷을 입었던 사람이 아닌 거 같은데 왜 그리 남들 눈에 신경을 쓰는지 몰랐다. 결국에는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어서 자연스레 멀어졌다. 

 갑자기 나더러 요즘은 마른 사람들이 옷이 잘 받는다면서 은근슬쩍 나에게 다이어트를 권하는 것이다. (그때 지금보다 15kg덜 나갈 때였음) 아니 지몸도 아니고 내 몸인데 지가 왜??라는 생각에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다. 은근슬쩍 요즘 트렌드는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 하면서 패션에 훈수를 두는데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옷이나 화장품에 썩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다. 게다가 옷 한 벌 안 사주면서 다른 사람이 봤을 때..라고 말을 한마디 거들길래 단호히 이야기했다. 남들 눈에 건장한 사람인가 보다 하겠지. 깔끔하게 입었다고 하면 다행이지 내가 옷 거꾸로 입어도 아무도 신경 안 쓰던데? 나에게 이러쿵저러쿵 잔소리 안 했으면 좋겠다고 정중히 이야기했더니 차차 연락이 줄었고, 아예 대학교가 달라지면서 나도 굳이 연락을 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난 지금도 한가지 소신이라면 소신인 줏대는 한 가지 있다. 옷이든 속옷이든 소품은 모두 멋들어진 블랙이다.. 그래서 선크림도 잘 안 바른다. 사실 주방에서 불 앞에서 일하다 보면 땀이 나다 보니 화장품을 잘 바르지 않고 꾸미질 않으니 머리도 미용실보다는 집에서 화장실에서 주방가위로 쓱싹 잘라버린다. 30대 중반이 되면서 갑자기 이마의 왼쪽에 브리지처럼 흰머리가 나는데 거의 온종일 모자를 쓰다 보니 염색도 귀찮아서 그냥 머리도 하나로 질끈 묶고 다닌다. 그렇게 안 쓰는 돈으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원 없이 사서 읽는다. 요즘은 팅가팅가 노느라 읽는 속도가 좀 느리지만.. 나의 행복을 위해서 그렇게 소비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이런 나의 본모습을 모르는 사람은 나를 보고 쟤는 왜 저리 후줄근하게 하고 다니는 거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 생각대로 나에게 별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올여름 한창 더울 때 장 보러 갔는데 내가 옷을 거꾸로 입고 마트를 갔었다. 섬유 정보가 있는 텍이 오른쪽 옆구리에 있는걸 장을 다 보고 나서야 내가 봤는데 그 정도로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다는 게 다시 입증되었다는 거..) 진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미관을 해치는 행동이 아니면 남이사 보든가 말든가 모드이긴 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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