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누리는 것을 알게 될 때 결핍은 무한히 늘어간다. 반면 남들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결핍을 견디고 있다는 것을 알 때 결핍은 누그러진다.
과거 3년전에는 SNS나 블로그에 좋은 곳에 여행 가서 좋은 음식들을 먹은 사진들을 보면 한편으로 시간이 있어 여행을 갔다는 사실에 부러워하기도 하고 여름휴가 자체가 있다는 것에 시샘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읽었던 책중에 하나인 안나 카레니나라는 책을 읽고서는 그러한 부러움을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구절이었다. 사실 인스타그램의 호화롭거나 이쁜 사진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사실 그 사진이 나오기 이전의 과정이나 상황을 모르는 상황에서 그 단편적인 것으로는 부럽지만 그 과정은 엄두가 안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나처럼 집순이들은 이런 더운 날에 옷을 이쁘게 입고 집구석이 아닌 다른 곳에 간다는 것 자체가 에너지가 빨리는 일이라 선뜻 엄두가 안 난다. 오죽하면 명절에도 동네 산책을 겨우 다녀오고는 내리 뻗어 있던 사람 그거 나예요...ㅎㅎ 예전에는 훌쩍 떠나서 산이든 바다든 멀리 떠나는 것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떠날 엄두도 안 날뿐더러 가려고 짐 싸는 것도 엄두가 안 나고 다녀와서 짐정리할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엄두가 안 나는 걸 보니 정말 내향인이 맞는구나 싶다.
한때 진짜 나는 이렇게 뼈빠지게 일하는데 나중에 죽어서 나태지옥은 프리패스하겠다고 웃으면서 농담한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출퇴근을 하고 일하는 것을 엄마가 부러워하는 것을 보고는 힘들어도 힘든 티를 많이 안 내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사실 나 역시도 일을 부득이하게 관두게 되었을 때 (해고나 근무처가 부도났을 때) 지금 아니면 직장을 못 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진짜 앞뒤 안 가리고 미친 듯이 일을 구했던 그때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경기가 나쁜데도 일하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려고 하고, 부족하지만 밥값은 해내는 직원이 되려고 노력한다.
사실 이 글을 작성하기 3시간전 근무하는 매장에 급하게 다녀왔다. 포스기 열쇠가 안 보인다고 사장님께 연락이 왔기 때문에 노심초사했었다. 웬만하면 전화나 문자도 잘 안 보내는 사장님이 급하게 전화가 와서 주섬주섬 옷가지를 입고(더워서 헐벗고 있었..) 매장으로 뛰어갔다. 사장님은 올 필요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혹여나 기억을 할까 싶어 출근하면서 퇴근까지 동선을 곱씹어 보았다. 동선대로 들여다보지만 열쇠는 찾지 못하고 마음이 조급해졌는데 누군가가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 저 고개를 돌렸더니 거기 열쇠가 딱 있었다. 잠깐이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열쇠를 찾다 보니 열쇠가 나 여기 있다 좀 쳐다봐라고 신호를 주는 느낌이 들었다. (포스 앞 물건 위에 있었는데 거기에 사장님과 사장님 어머님, 그리고 나 전부 세네 번씩 들여다보고 오갔는데 아무도 못 봤던 게 기가막힘)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사색이 되어서 뛰어다니다가 열쇠를 찾자마자 갑자기 갈증이 미친 듯이 와서 평상시 잘 안 마시던 냉수를 세잔이나 드링킹 했다. 역시 결핍은 상대적인 것이라는 게 확 와닿았다. 아마 열쇠를 못 찾았다면 냉수 세잔도 못 마셨을 거고 찝찝하게 내일 아침까지 잠못이루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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