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는 고통과 괴로움은 죽을 때까지 우리를 따라다닌다고 말했다. 인간은 스스로 고통받을 뿐만 아니라 타인까지 괴롭혀 결국 비참한 세상을 만든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법과 질서가 없을 때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이기주의와 추악함을 드러낸다고 한다. 이를 국가와 사회의 현실을 분석한 영국의 유명 철학자 토머스 홉스의 학설과 관련짓는다. 홉스는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국가의 자세를 논하면서, 만약 인간의 행동을 구속하는 국가와 같은 시스템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에 곤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국가가 없는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 따라서 많은 이가 같은 것을 원하는데 그것을 모두가 누릴 수 없을때, 사람들은 타인을 적으로 간주하고 상대를 굴복시키려고 한다. 즉,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생기고, 사람들의 생명이 위험에 노출됨과 동시에 견디기 힘든 공포가 발생한다.
즉 인간은 짐승중에서도 가장 잔인한 들개와 늑대와 같다는 이야기이다. 쇼펜하우어도 홉스의 논리에 동의했던 듯, 인간이 얼마나 악의에 찬 잔혹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설명한다. 또 그는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으로 여기는 악인의 심리를 끈질기게 추적했다. 한편 쇼펜하우어가 말한 고통에도 구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는 고통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방법으로 대자연이나 예술을 통해서 일시적인 초월의 경지를 맛볼 것, 그리고 종교생활을 할 것을 강조한다. 특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접하고 얻는 행복은 오롯이 순수한 것이다고도 말했다. 아무리 극악무도한 악인이라고 해도 대자연을 접한 뒤 감탄하는 사례는 여러 예술작품 등에서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성악설을 믿는 것을 넘어서 맹신한다. 서비스업에 10년가량 근무하다보니 사람이 얼마나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가를 직접 겪어보니까 더 믿을 수밖에 없다. 그 부분을 교화하고 억누르기 위해서 교육을 받고 그를 통해서 그나마 사람다운 사회의 일원으로 내가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한창 난리였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딥페이크 영상물과 텔레그램에 대한 뉴스들이 많이 떠돌아다녔을 때 참 마음이 아팠다. 사람이 더 편하게 살고자 발전되어 온 기술을 악용하여 나의 얼굴과 합성된 더러운 이미지가 떠돌아다닐걸 생각하니 얼마나 마음이 아플지 가늠할 수가 없다.
과거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알고리즘에 절친한 친구를 잃은 한 여성의 사연을 보고는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 사연인 즉 친구가 갑자기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다고 한다. 누군가가 불법촬영을 해서는 이 영상이 유포가 되어서 본인이 알게되었는데 경찰에 신고해도 아무리 지워도 지워도 자신이 나오는 영상의 복제본이 활개를 치는 것을 보고는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결국 자신을 놓아버렸다고 한다. 누구보다 밝고 건강하고 꿈 많은 친구의 그런 모습을 보고 아무것도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 화가 나고 억장이 무너진다는 한 시위자의 인터뷰였는데 억장이 무너졌다. 그러고 나서 그러한 사건이 터진 것을 보니 정말 사는 게 고통이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가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되고 잡히지 않을 거라는 확신에 의해서 결국 범죄의 온상이 되어버린 현재의 모습에 안타까울 뿐이다. 내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무렵부터 (그때가 거의 15~20년 전이었음) 꼭 이야기했던 것들이 있다. 인터넷이나 SNS에 자신의 사진이나 자신의 위치가 발각될만한 이미지와 사진을 올리지 말고 특히 손사진은 조심하라고 했었다. 지문 따서 뭔 짓을 할지도 모른다고.. 그게 이런 짓(?)인 줄 몰랐지만.. 참 서글프다. 왜인지 모르게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느낌이 들어서.. 아무리 기술발전에 명과 암이 존재한다지만 너무 커다란 그림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과한 생각일까.. 생각이 복잡해서 오늘은 유독 오래 멀리 많이 걸었다. 추석치고 너무 더운데...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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