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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79번째 광복절(feat. 아이캔 스피크)

hello :-) 2024. 8. 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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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근무하는 매장의 입구에는 유독 국기가 걸려있는 것이 잘 보인다. 그러다 보니 며칠 전부터 걸려 있는 태극기가 눈길이 간다. 특히나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을 보면 왜인지 모르게 가슴 뭉클한 무언가가 치솟는다. 어릴 때부터 유독 역사를 좋아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지금은 문체부 장관인 사람이 진행하던 역사스페셜을 본방으로 사수했었고 집 근처, 학교 근처 도서관에서 영상도 빌려보고 그랬었으니까.. (부디 축구협회 감사도 잘 부탁드립니다요..)

 매년 아차 하고 지나가는 날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라고 바로 광복절 하루 전날인 8월 14일인데 항상 깜빡하고 지나가고야 만다. 요즘 노망 난 어른들과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이라고 우기는데 2024년 08월 15일은 79번째 광복절이 맞다. 무려 일제의 침략과 탄압에 맞서 싸워서 얻어낸 찬란하고 뜻깊은 날인데 내 소견으로는 광복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희석시키기 위해서 건국절이라고 우기는 것으로 보인다. 2006년 7월 이영훈 교수라는 작자가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고 건의를 했고 한나라당 정갑윤이라는 미친 작자가 건국절로 하자고 법률안을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이 맘때 생각나는 영화는 난 아이캔 스피크이다. 이 영화는 나에게 좀 특별하게 와닿는 영화이다. 다른 영화들은 뒤늦게 알게 되거나 오래전에 엄마랑 같이 극장에서 보거나 했던 영화인데 이 영화는 내가 개봉하는 날 아침에 직접 찾아가서 봤던 영화이다. 당시 대강의 이야기는 알고 있었으나 개인적으로 배우 이제훈 님의 팬이기도 하고 전 작품인 박열을 굉장히 감명 깊게 봤었다. 언젠가 포스팅하고 싶은 영화 중에 하나인데 그 영화는 또 감독님 덕에 보게 된 영화였다. 

 아이캔 스피크는 도깨비 할매 옥분이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옥분은 20년간 어머어마한 민원을 넣는다. 거의 대학 리포트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꼼꼼하고 다양한 민원을 제기하는데 무려 20년간 활동하던 옥분 앞에 강적이 나타났다. 바로 민재. (역시 민재들은 수비를 잘.... 읍읍) 원칙주의자인 민재덕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원칙대로만 일을 처리하는 민재와 각종 민원을 바리바리 싸와서 접수하려는 할머니사이에 기싸움이 보통이 아니다. 그러던 중 민재의 유창한 영어를 옥분할머니가 보게 되고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민재는 할머니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 건지.. 처음에는 싫다고 피해 다니지만 자신의 동생이 옥분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민재도 서서히 옥분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급속도로 친해지게 된다. 

 민재는 옥분에게 영어를 알려주지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노래로 만들어서 영어를 외우게 하기도 하고, 알까기를 하면서 모든 말을 영어로 하게 한다던가, 외국인에게 대화를 시도하게 하는 등 어렵게 생각하는 영어를 좀 더 쉽게 생각하도록 많은 추억을 쌓으면서 한층 가까워진다. 그러던 중 옥분의 생명의 은인이자 친구인 정심의 마지막 편지를 받게 되고 옥분이 그렇게 숨기고 싶었고 감추고 있던 과거가 드러나게 된다. 왜 열성적으로 영어를 배우는 것일까.. 

 사실 옥분과 정심은 위안부 피해자였다. 자신의 피해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정심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과거를 묻어놓고 살았던 옥분. 사실 부모형제와 이웃주민들이 손가락질 하는데 쉬쉬하고 죽은 듯이 살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그녀는 한평생 떠돌이처럼 살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정착하게 된 곳이 지금 자신이 뿌리내린 시장골목에 있는 조그마한 수선집. 그마저도 시장이 재개발에 들어갈 위험에 있어 자신을 가족처럼 대해준 시장 상인들이 위험해지고 자신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민원을 많이 넣었던 것이다. 

 친구 정심이 준비하던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 채택을 위해서 옥분은 청문회에 참석하게 된다. 경직된 분위기에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자 중압감이 밀려오지만 자신의 몸에 문신과 상처들을 드러내며 자신이 그동안 마음에 묻어놓았던 흉터가 된 상처들을 세상에 폭로한다. 사과하라고. 그게 뭐가 어렵냐고.. 담담하지만 유창하게 옥분의 방식대로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많은 청중들은 할 말을 잃고 듣게 된다. 또 다른 피해자도 진술을 하고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막을 내리며 실존 모델인 이용수 할머니의 모습이 나오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김소진 배우님과 염혜란 배우님을 내가 알게된 영화이다. 특히 염혜란 배우님은 극 중 옥분의 사연을 알게 되고 나서 서운함 맘에 옥분을 피해 다니다가 오해를 산다. 옥분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친하게 지내던 진주댁이 자리를 피하고 데면데면 대하니까 흔히 말하는 형제부모가 수십 년 전에 말했던 더러워서 피하는가 하는 마음이 생겨 혹시 내가 더러워서 피하냐고 하는데 진주댁은 그 수년간 마음 주고 가족같이 대했는데 그런 아픔을 혼자 간직했다는 사실에 서운해서 피해 다녔었는데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서 펑펑 울면서 서운해서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혼자 극장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영화 도깨비에서는 은탁이 이모로 아주 못되게 나와서 미웠는데..

 

 사실 나라를 되찾은지 채 100년도 되지 않은 현재 아픔이 아물지도 않았는데 국가의 원수가 앞장서서 나라를 팔아먹는 행위를 하고 있는 요즘의 작태가 참 짜증이 나고 화도 많이 난다. 마침 내년이 을사년이라고 하는데 진짜 흔히 말하는 염라대왕은 뭐 하나 저런 것들 다 안 데려가고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 고군분투 한 사람들도 많지만 역시 나라를 뺏기면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건 약자들이다. 여자들과 아이들.. 두 번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되는 아픔이자 역사이고 잊히면 안 되는 역사이다. 물론 나라님들은 멍청하고 잊히길 바라겠지만..

 
아이 캔 스피크
꼭...하고 싶은 말이 있고, 듣고 싶은 말이 있다! 온 동네를 휘저으며 무려 8천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도깨비 할매라고 불리는 ‘옥분’. 20여 년간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그녀 앞에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민재’가 나타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민원 접수만큼이나 열심히 공부하던 영어가 좀처럼 늘지 않아 의기소침한 ‘옥분’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민재’를 본 후 선생님이 되어 달라며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부탁하기에 이른다. 둘만의 특별한 거래를 통해 결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영어 수업이 시작되고, 함께하는 시간이 계속 될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게 되면서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간다. ‘옥분’이 영어 공부에 매달리는 이유가 내내 궁금하던 ‘민재’는 어느 날, 그녀가 영어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평점
9.4 (2017.09.21 개봉)
감독
김현석
출연
나문희, 이제훈, 손숙, 이대연, 박철민, 염혜란, 김경덕, 이상희, 이지훈, 정연주, 우지현, 김소진, 김일웅, 성유빈, 최수인, 이재인, 이창직, 조완기, 김자영, 설창희, 김동석, 이신성, 이정현, 정원창, 이소진, 정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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