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퍼즐 맞추기를 즐긴다. 카펫 위에 퍼즐 조각을 잔뜩 늘어놓고는 머리를 맞대고 그림을 완성하곤 한다. 한 번쯤 퍼즐을 맞춰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때 어떤 식으로 조각들을 맞췄는가? 그냥 아무 조각이나 무작위로 맞춰 갔는가? 아니면 조각들을 한없이 쳐다보면서 머릿속으로 알맞은 위치를 유추하려고 애썼는가?
아마 가장자리 조각부터 맞춰나갔을 것이다. 적어도 어떤 조각이 가장자리에 위치하는지 분명히 알았을 테니 말이다. 가장자리 조각들을 맞춰 놓으면 그에 맞는 나머지 조각들을 맞춰 나갈 수 있다. 일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아는 것에서 시작해 모르는 것으로 한걸음씩 전진한다. 모든 창의적인 작업이 그런 과정을 거친다.
- 이 문제에 대해 무엇을 확실히 알고 있는가?
- 과거에 어떤 방법이 효과를 발휘했는가?
- 이미 알고 있는 금기 사항은 무엇인가?
- 시간, 돈, 에너지 등 여러 자원 중 무엇을 할 수 있나?
가장자리 조각부터 시작하라. 알려진 것부터 시작해 알려지지 않은 것을 향해 나아가라. 지금 고민하는 문제가 있는가? 그 일에 있어 가장 확실하게 먼저 맞출 수 있는 가장자리 조각은 무엇인가?
처음에 고민은 노후대비가 전혀 안되어 있고, 모은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나.. 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심지어 그때는 빚이 있었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나.. 요식업 직종으로 이렇게 계속 사는게 맞는 건가 노파심과 불안감에 시달렸었다. 주변에 친구자체가 없는 데다가 이렇게 사는 사람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빚은 900만 원 통장잔고는 천 원 당장에 직장도 없는 상태라서 더 한숨밖에 안 나왔다. 그때 너무 생각도 많고 막막해서 답이 안 나왔었다. 너무 안 좋은 생각들이 많고 걱정이 꼬리를 무는 상황이라 삼일 꼬박 잠을 못 자도 잠이 안 오는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었다. 하긴 그때 편하게 잠들면 그게 인간인가 싶기도 하지만.. 너무 답답한 마음에 노트에 지금 현재의 고민들을 쭉 써 내려갔다.
금전적인 문제, 근본적으로 나를 믿지 못하는 나, 그리고 믿을 수 없는 나의 환경.. 일단 당장에 부모님 생활비로 빚낸 900만원에 대한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하는 당장이 급박했고, 무슨 일을 해야 할까..라고 고민 하는 것도 사치라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그렇게 힘들어서 떠났던 요식업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떠났던 이유 중 하나는 주 6일 근무도 힘들었지만 오픈조 마감조 퐁당퐁당 스케줄이 너무 힘들었는데.. 배운 게 그 일밖에 없고, 전공이 조리과라 자격증도 있는터라 아는 것에서 시작해 보자 해서 생활비를 줄이고자 전셋집에서 집을 줄여서 엄마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바로 취직을 했었다. 생활비와 교통비를 아끼고자 엄마집에서 걸어서 15분 뛰어서 9분 거리에 직장을 구하고 일을 하면서 5만 원씩 적금풍차 돌리기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빨리 빚을 갚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빚을 갚겠다는 목표하에 재테크 책과 경제 경영서를 들여다보면서 고정지출과 나의 지출을 통제하기 시작한게.. 처음 5만 원 저축이 힘들었는데 차차 늘리면서 빚도 갚으면서 6개월 만에 900만 원 빚을 모두 갚고 월급에서 120만 원까지 저축을 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엄마집의 집대출을 내가 떠맡으면서 그래도 75만 원가량을 내 노후를 위해서 연금에 쏟아붓고 있다. 진짜 처음에는 책에서 하라는 대로 막무가내로 시작해서 주식을 하면서 손해를 보고 손절하기도 하고, 한 종목에 몰빵 해서 물려있기도 하고.. 그래도 미래 가능성을 보고 모르는 척 인덱스 펀드와 흡사한 지수추종 ETF를 모으는 등 내가 아는 것부터 하나 둘 실천하고 있다. 지금은 그래서 큰 걱정은 없다. 그저 지금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내일 저녁은 뭐 먹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왜 이리 재미가 없나, 왜 책이 안 읽히지? 이런 단순한 생각만 하고 산다. 지금은 조급한 마음도 많이 비우고 있다. 조급해봐야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고민은 나를 갉아먹는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답 없는 고민을 언제까지 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조급할때는 일기장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쭉 적어본다. 물려있는 주식부터, 연금에 들어간 것, 앞으로 갚아나가야 할 엄마집 대출까지...ㅎㅎ 그럼 저절로 아..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하고 경건한 마음을 먹게 된다. 역시 대출금의 힘이란.. 일단 내가 뭘 가지고 있는지 내 취향은 어떤지 알고 있는 게 중요한 걸 깨닫는다. 줄 없는 노트를 좋아하는 줄 알고 질렀으나 난 줄이 없는 노트는 겁내하는 쫄보였고, 검은색 볼펜을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틀려서 수정펜을 사용하는 게 거슬려서 연필을 사용하는 귀차니즘 가득의 게으름뱅이였다. 얼마나 게으른지 옷 고르는 게 싫어서 같은 디자인의 옷을 배송비를 아끼고자 한번 살 때 여러 벌 사는 의외의 짠순이였다니.. 앞으로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알아가고 싶다. 부디 맑은 눈의 돌아이가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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