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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s 22 - 23 일상

23.12.28. 긴장은 일의 일부다.

hello :-) 2023. 12. 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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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적인 일에서 가장 방해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긴장감이다. 당신은 항상 어떤 결정의 장단점을 따지거나, 팀 내 갈등을 다루거나, 조직, 의뢰인, 팀 모두에게 옳은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긴장감이다. 

 노련한 창의적 프로들은 책임이 곧 긴장감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안다. 긴장되는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해결할 때까지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긴장감을 무시하거나, 조급하게 해소하려고 한다. 그들은 불안감을 느끼면 긴장감이 주는 불편함을 느끼기보다 차선책에 안주하거나 뒤로 미루고 문제를 회피하려고 한다. 

 일하거나 리더십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긴장감을 일으키는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고 조급하게 하소하려고 한 적이 있는가? 그렇게 하면 고통을 잠시 유예할 수 있을지언정 결국에는 고통이 더 증폭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긴장은 건강한 창조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작업과정에서 긴장을 일으키는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고 조급하게 해결하려고 한 적이 있는가?

 지금은 극복했지만, 한때 굉장히 스트레스 받아하면서 과하게 긴장을 했던 부분이 있었다. 그건 바로 전화를 받을 때였다. 계기는 잘 떠오르지는 않는데 아마 중학생 때쯤이었나 그때 당시에 만화책 대여점에 책을 빌렸는데 같은 반 아이가 나 빌려달라고 가져가놓고는 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반납하지 못했고 집에 전화가 올까 봐 조마조마해했던 게 떠오른다. 잘못한 것은 맞지만 그때 당시에 엄마에게 혼날 거라는 생각에 굉장히 무서워했었다. 결국 그 대여점이 망하면서 흐지부지 넘어가게 되었지만 그때 나의 잘못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전화트라우마가 심했었다. 오죽하면 피자집에 피자를 주문해도 여보세요부터 할 말을 적어놓고 전화를 해야 마음이 놓일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사진관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전화를 부득이하게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어버버 하는 내모습이 너무 싫었다. 게다가 그때 그 사진관에 포토샵 디자이너가 두 달 치 월급을 못 받았다는 말에 나도 곧 월급을 못 받을 수도 있겠다(그때 내가 막내였음.)는 생각에 관두고 일을 알아보는 와중에 나의 약점인 전화통화에 한계를 깨 보자는 생각에 나도 미쳤지.. 건강보험공단 콜센터에 지원해서 입사하게 되었다.(하청이었음. 하지만 건강보험공단 건물에서 일을 하긴 했다.) 진짜 9시부터 미친 듯이 전화가 오는데 하루에 200통을 받아야 하는 할당량이 있었는데 보험료가 많이 나왔다고 욕도 듣고.. 이전 상담사가 진짜 뭐같이 상담해서 내가 너 찾아가서 죽여버린다는 협박도 받아보고 나의 심각한 사투리에 보이스피싱 아니냐는 말도 듣는 등 험한 전화를 1년 동안 듣다 보니 웬만큼 오는 전화는 피하지 않게 되었다. 이미 마라맛을 맛봐서 그런가.. 

 지금 근무하는 매장에서는 나혼자 근무하다 보니 홀주문에 전화주문에 배민 배달주문 등 등 처리하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오히려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잘못된 메뉴명칭을 말하면 말 끊고 그래서 정확한 메뉴명이 뭐냐고 독촉했었던 부끄러운 어제의 내가 있었다. 지금은 잘못된 메뉴명을 말하는 경우에는 "죄송한데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 힌트 좀 더 주시겠어요?" 라며 너스레를 떨어본다. 이제는 좀 여유가 생겨서 상대가 말다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요령이 생기기도 했다. 그 몇 초 빨리 진행하려고 하다가 컴플레인받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앞의 일을 겪고나서는 나름 일할 때 나만의 루틴이 생겼다. 메뉴를 듣고 나서 꼭 다시 확인하고자 제반복을 하고 맞는지 여부를 물어보고 일을 진행해서 나의 잘못을 미리 막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레쯤 점심시간에 받고 싶은데 주문이 가능하냐고 전화가 들어오면 모레면 무슨 요일 며칠이죠?라고 묻고 정확한 시간대가 어떻게 되느냐 찾으러 오는 거냐 배달이냐 물으면서 마지막에 전체 확인하겠다고 말하고 다시 꼼꼼하게 확인한다. 메뉴가 변동이 되거나 개수가 변동되면 당일 오전 9시 전까지 꼭 연락 달라고 통화를 마무리한다. 덕분에 예전에 40개의 도시락 배달이 펑크가 났는데 손님 잘못이었던 게 확인이 되어 우리 매장이 누명을 쓰지 않게 해결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의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전화통화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든 떨쳐냈던 게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아직 강아지를 무서워하고, 물을 두려워해서 수영을 못하는 것 역시 언젠가는 극복해야 할 문제 이긴 하지만.. 하나둘씩 시도해 보면서 두려움을 막연히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요령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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