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의 중후반을 달리고 있는 사람에게 "당신이 스물두 살이었을 때 지금 이런 일을 할 거라고 예상했는가?"라고 묻는다면 대개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커리어 전체를 직선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인생의 여러 경험을 통해 불쑥 등장하는 기회를 따라간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가고, 어렸을 때는 잘 몰랐던 자신의 성향과 기회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직종이나 산업의 전형적인 경로를 그대로 따르기 보다 개인이 가는 독특한 기술과 능력에 따라 커리어를 진행한다.
커리어는 대부분 구불구불한 선이다. 시작점에서는 예상할 수 없으며 훗날 뒤돌아볼 때만 설명할 수 있다. 앞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어떻게 진행해 나갈지 생각할 때, 당신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 20대 초반에 내가 요식업쪽의 일을 처음 하게 된 건 구 남자 친구. 즉, 전 남자 친구 덕이다. 학교 선배이기도 했고, 다른 고가이긴 했지만.. 같은 학부였는데 4년의 나이차이가 있는 데다가 있는 집 자식이라서 그런가 교우관계가 좋았었다. 급하게 단기 아르바이트 할 사람을 구하는데 일이 힘들다는 것을 경험하고는 내가 이쪽 일에 관심을 꺾길 바라는 마음에 되게 힘든 단체급실 설거지 일을 나에게 해볼래?라고 제안한 게 시작이었다. 4일 근무였는데 힘들었는데 재미있었다. 생각보다 몸도 잘 버텼다. 몸살 없이 매일 600명분의 설거지를 하다니!!
이후 동네 근처 커피숍에서 처음 직장을 잡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집근처니 밥은 집에서 해결하면 되고, 걸어서 15분 거리니까 교통비도 들지 않았다. 조르고 졸라서 커피메뉴도 다 배우고 전 메뉴를 달달 외워서는 금방 일을 배웠지만 텃세와 자기들만의 직장 내 정치질에 집단 퇴사로 인해 3교대 근무에서 2교대 근무가 되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지금보다 거의 15kg가 빠져서 진짜 세상에 분노가 가득 찼을 때였다..ㅎㅎ 결국 몸을 움직이는 직업은 나랑 안 맞는가 보다 해서 아기 사진 스튜디오, 건강보험 공단 하청 콜센터등 전전 하면서 주 6일 근무보다 주 5일 근무를 해보니 몸은 폈했지만.. 월요일에 직장출근하기가 죽기보다 싫었다. (지금은 싫다기보다는 아쉬워서 쉬는 날 저녁에 잠을 안 잠..ㅎㅎ)
결국 건강보험공단 콜센터에서 한 달에 9번 시험 치고, 오답노트네 뭐네 작성하는 거랑, 실시간 채팅 와서 팀장들이 난리 치는 거에 질려서는 정신적으로 힘든 건 못하겠다 힘들어도 몸이 힘든 게 낫다는 결론이 났다. 결국은 몸이 힘든 식당에 다시 근무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나는 내가 다시 돌아갈 줄 몰랐다.. 그때 만났던 대리님와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사수였던 동생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과 일머리, 배우고자 하는 마인드 등... (결국 그때 대리님과 사수였던 동생은 독립해서 어탕국수인가 어죽인가 가게를 새로 차린 것으로 알고 있다. 거리가 멀어서 방문은 못하고 있지만..)
하지만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재정난으로 두 달 만에 잘리고 나서 통장 잔고에 천 원뿐이라 빌붙기 위해서 엄마집으로 이사한다. 전입신고 2일 만에 바로 지금 직장에 취직해서 입사했었다. 나이제한이 있었는데 40세 이후만 연락 달라했는데 한참 어린 사람이 전화해서 어리면 왜 안되냐고 진지하게 물어봐서 사장님이 놀랐다고 한다. (이전 직원 중에 어린 직원이 무책임하게 근무해서 화가 나서 나이제한이 생긴 거라고 한다. 이것도 근무하다가 2년 차에 사장님 어머님이 썰로 풀어주심..)
사실 난 지금도 신기하다. 내가 한 곳에서 거의 1년 넘게 근무 중이라는 게... 사실 거래처 사장님들도 신기해한다. 혹시 가족관계냐고.. 자신이 간 매장 중에서 직원이 오래 있는 곳은 처음 본다고 한다. (현직장 2018년 입사)
다른 곳에서는 퇴직금을 받기 위해서 일 년 단위로 근무하면서 조금이라도 나와 맞는 것들을 찾으려고 노력했었다. 처음에는 재미, 휴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정신적 스트레스 적은 곳(이탈리안 레스토랑), 조금이라도 그릇 무게가 덜 나가고 오전에만 일하는 곳(현재).. 사실 그러면서 보수도 아예 안 본 건 아니지만..
사실 어릴 때 막연히 꿈꿨던 나의 미래와 그나마 같은 거라고는 유니폼 입는 직업이라고나 할까.. 초등학생 때 꿈은 간호사였는데.. 옷이 멋져 보여서.. 뭐 나름 음식으로 사람의 허기를 채우는 직업이니 같은 거라고 본다.
처음에 자주 직장을 이직할 때 많은 말들을 들었다. 특히 끈기가 없는 거냐 왜 진득하게 직장생활을 못하냐는 말을 엄마에게 들은 적이 있다. 어찌나 서운하던지.. 그래서 아주 시크하게 이야기했었다. "걱정 마라. 돈 달라고 안 할 테니까 내가 내 직업 알아서 찾아볼게.."라고.. 실제 이직하면서 가장 길게 텀을 가진 건 한 달(실질적으로는 3일이고 나머지 기간에는 교육을 받았었다. 건강보험 고객센터)이었는데 난 게을러서 직장생활은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는데 요즘 보면 세상 부지런한 K직장인이다..ㅎㅎㅎ (이번주는 주 7일 근무임) 역시 자본주의는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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