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작업은 본래 불확실하다. 어떤 전략과 결정이 옳은지 단언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창의적 프로와 리더가 자신의 기대치와 아이디어에 대해 소통할 때 아주 애매하게 표현하곤 한다. 올바른 방향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 가지에 전부 걸지 않고 여러 선택지를 벌려놓고 얼버무린다. 이런 부정확함이 그들의 팀, 동료와 의뢰인에게 흘러가면 문제가 발생한다. 정확성이 부족하면 거의 예외 없이 오해와 불안이 뒤따른다.
방향을 확신할 필요는 없지만 분명하게 소통해야 한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의지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당신이 명확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당신의 기대를 잘못해석하고 경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략과 방향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더라도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 당신의 일 또는 삶에 의도와 기대에 명확해야 하는 영역이 있는가?
혼자 근무하니 모든 일을 떠안고 한다. 내가 이 일을 할거라고 예고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부끄럽게도.. 사실 근무 인력이 나와 사장님, 사장님 어머님 이렇게 셋이 근무하는데 오전반은 내가 근무하고 점심시간에 잠깐 서포터스 하는 게 사장님이고 내가 퇴근하고 나면 사장님 어머니가 주로 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매장이 돌아간다. 6개월 전인가 사장님 어머님이 오른손가락이 부러져서 무겁거나 섬세한 작업은 내가 더 도맡았다. 도맡지 않으면 다음날 텅텅 비어 있는 재료들을 보고 허탈함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매번 일은 하는데 매일 아침 0에서 10까지 준비를 해야 하니 기운이 빠졌었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먼가 자꾸 대량으로 준비하는 거 같아서 버리는 재료가 생길까 봐 전전 긍긍했었는데 묘하게 그 재료들이 다 팔리긴 했다. 그러다 보니 매일 0에서 10을 준비하던 내가 이제는 5에서 10을 준비하는 스킬이 생겼다. (참고로 내가 손이 아주 크다..ㅎㅎ)
이제는 사장님이 나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건지 내가 퇴근할 때 슬며시 멜로디를 넣어서 노래를 부른다. "내일은 소고기를 준비해야 할까~ 돼지고기를 준비해야 할까~~~" 무슨 타령도 아니고.. 그럼 나도 다가가서 아침에 보니까 소고기 뒤에 한통 없던데 내일 볶아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내일 오실 때 양배추 한 통 사 와야 할거 같습니다. 반통 있는데 주말이니까 혹시 몰라서 스페어로 반통 채 썰어 놓을게요."라고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6년 차 근무하는데 소통한 지는 이제 6개월이 되어 간다.. 이렇게 소통을 하니까 늘 비어 있는 게 태반이었던 재료들이 어느 정도 채워져 있어서 양배추를 안 써는 대신에 양파를 깐다던가 다른데 신경을 더 쓸 수 있어서 자잘한 실수나 자잘하게 폐기하는 것들이 확연하게 줄었다.
일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사적인 부분에도 명확한걸 좋아하는데 정확하지 않은 게 거슬려서 전혀 가계부를 쓴다거나 미래를 계획한 적이 없었다. 20대가 지나고 30대가 되고 나서 느끼는 점은 내가 그리는 삶이 명확해야 하고, 내가 어떻게 일하는지가 명확해야 나의 기력이 낭비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시선을 붙잡히지 않게 된다.
가끔 20대 초반에 흥청망청 쓰잘데기 없는 쓰레기 쓰지 않고, 정신 차리지 않고 일하지 않은 게 아쉽고 그때 정신을 차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가끔 한다. 하지만 되돌아가고 싶진 않다. 그때 그리 흐리멍청하게 살아서 그나마 30대 초반에 정신을 차리고 다른 내가 되었다는 걸 아니까.. 그때 그렇게 살아서 나의 취향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고, 그나마 맨 정신으로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구두보다는 운동화가, 정장보다는 운동복이, 화장품보다는 문구류가 취향이라는 걸 값비싸게 알게 되었으니까..
명확하게 살려고 마음을 먹으니 명확하게 생각하려고 하고 중심을 잡고 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남들 앞에서 분명하게 내 생각을 말하게 되어서 너무 다행이다 싶다. 남들한테 뿐만 아니라 예전에 힘들 때 쓴 일기를 보면 누가 나한테 이렇게 해서 화가 나고 그래서 뭐가 어쩌고 저쩌고 서론이 너무 길어서 내 일기지만 결론이 뭘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 나도 아마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겠지?? 지금의 일기는 명확하다. 이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번 방법 있고 2번 방법 있고 3번 방법 있는데 지금은 2번이 나은 거 같다. 조금 더 생각해 보자 이렇게 명확하게 결론을 먼저 말하게 된다. 사고를 쳐도 일단 사과하고 실질적으로 내가 해줄 방법은 1,2,3번인데 지금은 2번이 가장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인데 너의 생각은 어떠냐 이런 식으로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깡이 생겼다. 화나면 아무 말 못 하고 울먹울먹 하던 내가 지금은 화나면 쇼미 더 머니에 나오는 베테랑 래퍼들처럼 다다다다다다다 이야기하게 되는 걸 보면 기특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안되는 걸 해달라고 우기진 않음) 가끔은 진짜 내 마이 컸네 쪼매 더 크자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면 너무 앞서 나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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