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근무하다 보면 정말 웃긴 상황이 많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월요일은 다들 월요일이라서 눈 돌아 있고(나 포함) 화요일은 지쳐서 눈에 총기가 없고, 금요일에는 이상하리만큼(나를 제외) 굉장히 하이텐션이다. 주말에는 하이텐션을 넘어서서 뭔가 주체하지 못하는 기분 좋음이 느껴져서 같이 웃음 터지는 스몰토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에 옆옆 건물에 올리브 영이 문을 닫더니 윗쪽으로 올라갔고, 원래 있던 자리는 쪼개더니 한의원이 생겼다. 한 며칠 인테리어 하더니 오늘 9시쯤 굉장히 피곤한 표정으로 떡 돌리러 왔다고 해서 반갑게 인사하고 떡을 받는데 완전 따끈따끈했다. 그리고 센스 있게 송월타월도 같이 주셨다. 진짜 센스 있다고 느낀 게.. 우리 동네에 개업하면 부@떡집(욕할 거라서 상호명 가림..ㅋㅋ)에서 떡을 맞추는데 바로 뒷골목에 있는 떡집인데 더럽게 맛이 없다. 간이 안맞아서 그런거 같은데.. 일부러 간을 안보는건지... 오죽하면 개업떡을 돌려도 아무도 안 먹으려고 해서 사장님께서 개업떡은 먹고 싶으면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까지 하셨었다. 못먹겠음 버려도 된다고도 하심.. (식당이라 음식버리는것에 예민함에 불구하고도.. )
그런데 오늘 개업떡 돌린 곳은 한때 내가 부르주아(라고 하기에는 좀 그런데.. 일명 떡에 눈이 뒤집혔을 시기가 있었음) 였을때 한 박스씩 떡을 택배 시켜서 사 먹었던 집의 팥시루떡이었다. 얼마나 맛있느냐면.. 내가 귀신은 아닌데 유독 팥 들어간 것을 거의 다 싫어한다. 찐빵, 호빵, 팥빵, 팥빙수 등등 양갱처럼 알갱이가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에 끼기도 하고, 먹으면 속 쓰려서 안 좋아하는데 맛있어서 홀랑 까먹었는데 바로 그 집 떡이었다.. 완전 냉큼 까서 먹는데 포슬포슬한 팥이 달지도 않고 껍질이 겉돌지 않아서 진짜 누가 쫓아오는 것 마냥 아이스 아메리카노랑 홀랑 까먹었다.
문제는 정확히 4시간후.. 오전에 나름 피곤하지만 총기가 있던 한의원 직원분들이 다시 들어오길래 멀뚱멀뚱 지켜보는데.. 갑자기 직원 중 한 분이 "어?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라고 이야기하시는데.. 마음속 천사와 악마가 싸우는 걸 느꼈다. 맛난 떡을 홀랑 받아먹을 것인가.. 진실의 소리를 할 것인가..
결국 T인 (굳이 MBTI를 밝히는..ISTJ) 내가 4시간 전에 떡을 받아먹었는데 너무 맛있었어요..라고 이야기 했다.. 뒤따라 들어오던 직원분이 아련한 눈빛으로 본 적 있지 않느냐라고 물어보는 직원분을 주워 가셨다. 주말이라 동네에 문닫힌 곳이 많아서 방황 중이시라고..;;ㅎㅎㅎ 떡 너무 잘 먹었다 언제 방문하겠다고 말했는데 들었는지 모르겠다..ㅎㅎ 왜인지 병원인데 주말근무하시느라 멘털이 털린 거 같아서 웃프기도 하고, 아련하게 본적 있지 않느냐는 직원분이 너무 귀여워 보이는 건 왜일까..ㅎㅎ
그 이외에도 늘 자주 오는 단골 손님이 남자아이 둘과 같이 왔는데 한 명은 중학생이고 한 명은 좀 커 보이길래 누나냐고 했다가.. 단골손님이 이츠 귤을 외치고 쌍따봉을 날리고 가셨던 것도 나름 웃겼다.. 아.. 저분 누님이 아니고 어머님이시구나.. 했던..ㅎㅎ 아.. 근데 진짜 어머님 나보다 젊어 보이셨는데.. 한가하면 도대체 평상시에 뭐 드시는지 물어봐야겠다. 혼자서만 세월을 피해 다니는 비결이라니.. 크흡...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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