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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오래간만에 하는 산책

hello :-) 2023. 9. 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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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는 동네에는 걸어서 5분 거리에 바다가 있는 산책길이 있다. 내 방에서도 바다가 보이긴 한다. 정면에서 보이는 뷰는 아니지만... 이사 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정작 근처에 산책한 지는 손에 꼽는 건 비밀... 어제 피곤해서 실내 자전거 타는 것을 미루고 잠들어 버렸다. 나중에 다시 깼지만.. 원래 정해진 시간에 행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그 시간이 지나면 쿨하게 패스해버리는 나쁜 습성이 있어서 다음날 산책이라도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항상 그렇듯 내일 00 해야지 하면 항상 엄마는 비꼬듯이 니가 잘도 하겠다고 빈정거려서 내 속을 뒤집어 놓는다. 일부러 그러는 건지 꼭 그래서 오기로 독기로 하게 만드는데.. 이전에는 다음날 아침에 고기 구워줄게라고 했더니 네가 잘도 구워주겠다고 해서 화가 난 나머지 다음날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고기 구워놓고 깨워서 입에 넣어주고 설거지 다하고 다시 도로 잤던 오기독기 헬선생이다..ㅋㅋ 

 오늘도 니가 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산책 가겠다고 도발을 해서 꼭 다녀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쉬는 날임에도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나긴 했는데.. 핸드폰 충전이 덜 되어서 완전 방전이 되어 있어서 충전하다가 도로 잠들었다. 그래도 9시에 일어나서 지금이라도 산책 가야겠다고 준비를 하니 해가 떠있어서 가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다.. (해가 떠있으니 덥고 홀랑 탈 수 있다는 의미임) 

 내가 엄마 말을 들으면 엄마의 딸래미가 아니지!!! ㅋㅋㅋ 

 걸어서 5분거리에 있는 산책 코스인데..  사실 코스가 두 군데다 바다를 보는 방향에 자전거 도로와 같이 있는 산책도로와 그 바다를 막는 나무 뒤 흙길로 만든 산책 코스가 있다. 오늘은 둘 다 이용을 했는데.. 흙길 산책길이 재정비한다고 통제를 하는데 통제가 덜되어서 실컷 갔더니 출입금지가 되어 있어서 바다 쪽으로 이용했었다. 

 최근에 발가락을 다쳐서 맨발로 이용을 하지 못했는데 흙을 두툼하게 깔아놔서 맨발로 산책하고 그 발을 씻을 수 있게 이 길의 통로에 발을 씻을 수 있는 전용 수돗가가 있었다. 사람이 늘 있어서 촬영은 패스했다. 

 주기적으로 식물을 관리하고 다듬고 관리를 하고 있어 계절마다 오는 재미가 있는데 이왕이면 봄은 좀 피하는 편이다. 몰랐는데 내가 개나리 알러지가 있었다. 엄연히 말하면 개나리 꽃가루 알레르기인데.. 개나리 근처만 가면 사연 있는 사람처럼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곤 했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피하고.. 겨울은 너무 추워서(바닷바람이 세기 때문) 안 가다 보니 정말 뜸하게 온 듯하다. 

 다양한 식물들이 많은데 예전에 있던 관상용 양귀비는 아예 없애버린것 같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왔을 때는 봄에 왔었는데 개나리와 동백이 펴서 장관이었는데 오늘은 파릇파릇한 풀내음이 너무 좋았고, 가을하늘과 가을 바다가 참 멋스러웠다. 

 날이 덥다보니까 꽃잎들이 바짝 마르거나 이미 시들어 버린 경우가 많아서 클로즈업을 많이 해서 찍고 있으니 평상시 이용하는 분들이 나를 신기하게 봤었다. 전혀 운동하는 차림새가 아닌 복장으로 여기저기 찍고 있으니 어찌나 웃겼을지.. (평상시에는 반팔에 긴바지 입고 다니다가 쉬는 날이라고 반팔 반바지 입고 다녔는데.. 풀들이 좀 길어서 반팔 긴바지가 올바른 착장인 듯하다)

 비천한 사진사가 찍을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동물인 왜인지 날지 못하는 나비와 새 싸움(?)의 승리자였던 까치 한 마리...

 평상시 걸을 때 좀 유심히 관찰하는 편이긴 한데 유독 저 나비는 날지를 못해서 밟을뻔해서 혼자 식겁했다. 마침 날개가 예뻐서 줌 당겨서 여러 장 찍은 것 중에 저게 가장 최선이었다. 그런데 왼쪽에 새소리가 크게 나서 봤더니 까치 두 마리가 미친 듯이 싸우고 있었다. 역시 비천한 사진사는 그 광경을 찍지는 못하고 저 녀석을 찍는데 만족을 했는데 자꾸 고개를 돌리고 있어서 찍고 나서 보니 마치 목 없는 새처럼 나와서 저 사진도 보기에는 전혀 안 그렇지만 수십 장 중에 유일하게 건진 사진이다. ㅎㅎ 

  거의 9시 55분쯤 산책을 시작해서 걷다 보니 11시 10분이 넘어서 덥기도 하고 목이 말라서 (공복에 물도 한잔 안 먹고 산책을 하는 중이었음..) 잠깐 앉으려고 했는데 죄다 땡볕에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아서 현대식 평상(?)으로 보여서 냅다 드러누웠다. 뭔가 조선시대 백수가 시험 보러 가려다가 늦어서 팔자타령 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가 좋았다.. 여유로운 느낌이... 

 정자에 앉아 계신 할머님 두 분의 자식들의 연애사 하소연을 본의 아니게 듣게 되어 모른 척 가야 하나 뒷이야기가 흥미진진해서 마저 들어야 하나 고민을 좀 했었다. 그런데 아이들 소리가 나서 놀라서 일어나 보니 근처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오전 산책을 나온듯하다. '서준이'라는 아이가 통제가 잘 안 되는지 여러 어른분들이 서준이를 애타게 찾으시던데..ㅎㅎ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하늘 보고 우와 하길래 뭘 보나 궁금해서 자세히 봤더니 잠자리를 봤던 모양이다. 사진으로는 정자 난간 때문에 어른 몇 명만 저러고 있는 거 같은데 아이들의 단체로 우와! 하는 모습에 어찌나 몽글몽글해지는지 모른다. 일단 아이들 통제하느라 정신없는 어린이집 선생님들.. 정말 존경스러움이 물씬 든다. 외국인 선생님들도 두 명 이가 계시던데.. 언어는 안 통해도 아이를 위해서 챙기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진짜 존경합니다. 선생님!!  

 은색 총 같은 것은 먼지 제거하는 바람이 나오는 장치였는데 사진에 보면 덩굴 지나서도 한대가 있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해서 수십 명에게 한 명 한명 체험을 하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일용할 양식을 사러 집 근처 마트에 가자고 해서 산책은 이만하고 종료하기로 했다. 

 어제 다짐했던 산책을 기특하게 해 나에게 해주는 보상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 먹기로 했다. 근무하는 매장 옆집에서 사 먹는데 엇 나도 모르는 새 쿠폰이 많이 모였단다. 출근하느냐며 스몰토크를 잠깐 해서 쉬는 날이라고 자랑을 했던 건 비밀.. 주거지 근처에 직장이 있다 보니 쉬는 날 직장 근처를 자주 지나가는데 그럴 때마다 기분이 묘하다..ㅋㅋㅋ 뭔가 백수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공짜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복귀 끝.. 물론 책 읽다가 일용할 양식을 사러 마트에 가긴 했지만.. 지난주에 지지난주 종일 잠잔 거에 비해서 굉장히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서 기쁨에 흥겹다..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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