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귀가 좋지 못해서 이비인후과를 가서 약을 탔었다. 사실 그 병원이 생각보다 동네 엄마들에게 친절하다고 소문이 나기도 했고, 직장 근처여서 가깝기도 해서 좋았다. 이전에 다녔던 병원은 불친절하기도 하고 약이 잘 안 들어서 병원을 옮겼다.
사실 오늘은 병원에 안가려고 했는데 근무 도중에 오른쪽 귀가 먹먹하면서 순간적으로 귀가 멍해지는 현상이 계속되어서 노파심에 갔다. 아무래도 청력이 어쩌고 했던 게 계속 찜찜했었다. 퇴근 후 병원 간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어느 중년 여성분과 할아버지와 나 이렇게 탔는데.. 그때는 몰랐다 셋다 같은 병원에 갈 줄이야..
셋이 쪼르르 들어가서 접수를 했는데 어쩌다가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접수를 해서 늦게 진료를 보게 되었다. 중년 여성분이 제일 처음 진료를 보는데 느닷없이 진료실에서 코로나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들렸다. 아직 코로나 한 번도 안 걸렸던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어리둥절했다. 너무 티 나게 간호사분들도 우왕좌왕하고.. 갑자기 진료실 소독하고 난리가 났었다. 다행히 나만 KF94 마스크 착용 중이라서 다행이긴 했다. 진료실 앞에서 기다리던 할아버지는 다른 진료실에서 진료를 보기로 했었다. 근데 귀 내시경을 봐야 하는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이 진료실에 빠른 전체 소독을 다급하게 해서 조금 소란스러웠다.
얼떨떨 하니 앉아서 기다리는데 이번에 할아버지의 진료는 귀가 안 들리고 아프다고 하는데 귀사진을 보는데 멀쩡하다고 의사분과 입씨름 중이었다. 연세가 있으신 거 치고는 서로 만담을 너무 잘하시는 거 봐서는 괜찮으신 거 같은데.. 구경하고 있는데 다음 진료로 내가 호명되어 갔다. 상태가 호전된 거 같냐고 해서 양쪽 귀 모두 먹먹했는데 왼쪽은 풀린 거 같은데 오른쪽은 아직 먹먹하고 전화통화하면 내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린다고 말했더니 혹시 모르니 내시경(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다..ㅠ)으로 양쪽 귀와 코 입구 쑥 넣어서 코 뒷부분이랑 목까지 다 봤다. 확실히 오른쪽 콧구멍 뒷부분이 많이 부어 있었고 목이 많이 부어 있었다. 통증이 안 느껴지냐고 해서 어디요? 코요?라고 해서 아니라고 하셨다. (목 통증을 물어본 거라 함ㅋ) 혹시 모르니 청력검사 하자고 해서 겁을 먹은 나도 알았다고 했다.
청력검사한다고 이동해서는 이상한 조그마한 형광펜처럼 생긴 걸로 오른쪽 귀에 쑥 넣으니 삑삑 소리가 들렸는데 왼쪽 귀에는 아무 소리가 안 들려서 불안했다. 한참을 헛손질하더니 간호사분이 혹시 왼쪽 귀 고막 냐고 해서 어리둥절했다. 네?? 전 오른쪽이 먹먹한데.. 다른 간호사분이 다급히 와서 뺏어서 왼쪽 귀도 검사를 마무리하고 무슨 박스 안에 들어가라고 했다. 청력 검사하는 박스인데 정면 벽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데 동그란 구멍이 너무 규칙적이라 눈이 몰리는 느낌이 들어서 어질어질했다. 그 와중에 소리가 들리면 버튼을 눌리라고 쥐어주길래 뾱뾱 눌렀다. 결국은 내 무릎을 보면서 집중해서 눌렀다.
앞에 앉아 있으라고 해서 간호사분 뒤에 앉았더니 진료실 앞에 앉아 있으라고 내보냈다. 아니 진작 밖에 앉아 있으라 그러지..;;ㅠ 앉아서 기다리는데 시간이 소요되니까 불안해져서 당황을 했다. 요즘 뭐 보청기도 잘 나오고 하니까 보청기 사려면 한 100만 원 정도하고 국가에서 지원도 해준다고 하니까 뭐.. 상상 속에서 금액 계산하고 있는데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라고 해 들어갔다. 약이 차도가 없는 거 같아서 청력검사를 했는데 커트라인이 20점이라고 간호사님이 제출한 청력 검사지에 줄을 긋는데 다행히 나의 결과지는 그 커트라인 한참 위에 있었다.
사실 매일매일 시끄러운 환풍기 아래에서 일하는 데다가 마스크 착용으로 사람들 말소리가 잘 안 들려서 진짜 청력에 문제가 생긴 건가 졸았는데 다행히 청력은 너무 좋다고 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 30대가 청력 좋은 게 정상인데..;;ㅎ) 후아후아.. 단순히 비염과 장기간 마스크 착용으로 귀 쪽으로 염증이 인 게 맞는 거 같다고 꾸준히 약을 먹자고 저번 4일 치에 이어서 이번에 5일 치 약을 더 받아왔다.
정신 차려보니까 약국에서 약도 다 타고 집에 가려고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만감이 교차해서 웃음이 났다. 이비인후과에서의 환자, 간호사, 의사, 그리고 나의 행동까지 어리숙하게 행동하는 게 마치 시트콤 같아서 웃음이 났다. 8월 한 달 동안 정신없이 바쁜 데다가 계속된 강행군에 정신없이 하루하루 근무하는데 모처럼 병원 가서 덜컥 큰 병일까 겁은 먹어 졸아서는 행동한 나 자신이 너무 귀엽기도 하고(뭐 자의식 과잉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음. 어버버 하면서 하라는 대로 다 하는 게 좀 웃겼다. ) 얼레벌레 진료를 봐주는 동네 이비인후과도 웃겼다. 다급하게 소독하던 모습도...ㅋㅋㅋ 이번 약은 먹고 얼른 호전되어서 귀가 먹먹하고 내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리는 현상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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