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현업은 서비스직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겪기도 한다. 물론 그런 사람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뻔히 알기도 하고 연차도 많이 쌓이다 보니(현직장에서는 5년 차인가 6년 차쯤.. 서비스직 자체로는 10년 차) 쌓아놓는다보다는 그 잡놈이 사라지면 사실 사건자체가 남지 감정이 남는 경우는 잘 없다. 그걸 다 쌓아놓으면 화병으로 남기 때문.. 억울하거나 기가 차는 상황이 와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찝찝함을 털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의 경우는 정말 의아한게 한두 명이 한 말이 아니라서 조금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인간에 대한 인류애가 상실될뻔했다. 물론..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아마 어제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6호 카눈이 오고있고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거라고 본다. 정말 세상에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재난문자로 그렇게 난리를 치는데 모른다고 하면 진짜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본다.
내가 사는 지역은 바닷가 근처라서(그렇다고 관광지는 아님) 바람이 기본적으로 강하고, 습하기도 엄청 습하고 태풍이 아니라 비가 오는 날에는 해무가 많이 끼는 편이라서 조심하는 편이다. 그러다가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서면서 공지사항으로 12시가 넘어서야 오픈이 가능할 거 같다는 안내문이 뜬 상태라서 배민을 닫아놓은 상태였다.
사건발생은 10시에서 10시 반에 일어났는데 정확히 다섯통의 전화에서 시작되었다. 대뜸 전화와 서는 배달 안되냐고 해서 지금 배달업체가 태풍의 영향으로 오픈을 미룬 상태라서 배달이 불가한데 포장은 가능하다고 안내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나같이 대뜸 왜 안되냐는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말을 더듬었다. 왜라니요... 님이랑 저랑 같은 세계관에 사는 거 아니세요??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오지만 일단 태풍의 영향으로 위험해서 그렇다고 안내하면 대부분 납득을 하거나 납득이 안되면 통화를 종료하는데.. 짜증을 낸다?
솔직히 고운소리가 안 나갈 거 같지만 잡놈 때문에 기분을 상할 수는 없기에 정중히 요청했다. 지금 포장주문이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다. 양해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이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인 건가 싶기도 하고 참 씁쓸했다. 밖에는 바람으로 시야확보가 전혀 안되고 피는 비대로 퍼붓고 멀쩡한 나뭇잎이 떨어져서 난리였는데..
참 희안하게도 납득을 못하겠다는 목소리의 뉘앙스의 전화들이 연달아 들어오니까 문득 드는 생각이 저들이 사는 세계랑 내가 사는 세계가 다른 세계인 건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웬만하면 배달이 안되고 포장은 오래 걸린다 안내하고 주문을 받으면 감사하다(습관성임) 하고 종료하거나 오래 걸려서 싫다 안 먹는다 그러면 죄송하다(습관성임) 하고 종료하는데 그냥 전화를 종료했다. 뭐 비 와서 기분 잡치는 건 알겠는데... 너도 배달 안 되냐 이런 뉘앙스라서 씁쓸했다. 결국 한 손님이 대놓고 물어보길래 다른 곳은 모르겠으나 지금 저희가 쓰는 배달업체는 아직 영업을 안 한다고 사고 위험성이 있어서 오픈시간이 미뤄졌다고 안내했다.
실제 12시에 오픈했는데 오픈이후에도 안전을 이유로 장거리는 강제취소되거나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한 손님은 자신이 안내받은 시간보다 오래 걸려서 취소한다고 했는데 확인해 보니 배달완료로 종료가 되어 있어서 기사님께 조심스레 문의해 보니 이미 집 앞에 놔뒀다고 안내를 받아서 안내했더니 지가 원하는 시간보다 10분이 늦어서 취소해 달라고 해서 안된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게다가 배달이 원래 이리 늦는거냐고 하는 전화도 한통 들어왔었는데 대놓고 작심의 발언을 했다.
"손님 지금 밖에 태풍의 영향권으로 도로사정이 굉장히 좋지 못합니다. 지금 저희 매장에서는 확답을 드리긴 어려우나 손님께서 주문하신 메뉴는 20분 전에 기사님이 가져가셨으니 그 근처일 겁니다. 동네가 바람이 세고 도로사정이 좋지 못하면 종종 좀 걸리긴 하는데 기사님께 신신당부해서 안전하게 가달라고 부탁했으니 10여 분만 좀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다"
고 안내하고 대답도 듣지 않고 끊어버렸다. 사실 그렇게 배고프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드시든가 라고 말하고 싶었다.. 진짜... =_=;; 사실 포장하러 오는 손님들에게도 양해를 구하면서 포장하고 그랬는데 전화통에 불은 나고 주문은 밀려있고.. 대놓고 넉넉잡아서 30분 걸리는데 괜찮으시겠냐고 해서 괜찮다고 해서 왜 5분 만에 해서 도깨비 눈깔로 팔짱 끼고 기다리는 건데요... 니 거 안 떼먹고 어디 안 갑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허 참.. 누가 지켜보는데 잘도 포장해주겠다 싶어서 웃으면서 (KF94 마스크 착용한 거라 눈만 웃음) 잠시만 앉아서 기다리시겠어요?? 보시다시피 지금 주문이 밀려서.. 뭐 주문하셨어요??(당장 준다는 건 아니고 예의상 묻는 거임.. 다되면 바로 불러줄게) 전화주문했다고 하는데.. 미안한데 지금 우리 배민 닫아놔서 싹 다 전화주문이라고 이것아!!!
12시에 배달업체가 오픈하겠다는 공지가 뜨자마자 빠르게 배민을 열어놔서 본의 아니게 동네에 배달주문은 독식을 했는데..(다만 오래 걸린다고 공지했음) 와서도 기사님께 조심해서 가시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아마 바빠서 못들었겠지만.. 참 애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번 날씨가 궂을때마다 처맞는 멘트이지만 그래도 참 아팠다. 팔아달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성질내면서 닦달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참 못된 마음이려나 하는 마음에 잠깐 복잡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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