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손님도 있고, 훌쩍 커버린 꼬마 손님도 있다. 어딘가 묘하게 달라진 거 같은 손님이 있어서 찍기 신공을 발휘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귀여운 손님은 훌쩍 커버린 꼬마 손님이다.
솔직히 이 손님은 올 때마다 한 메뉴만 주문하는데 재작년인가 작년쯤에 처음 주문할 때부터 한 메뉴를 계속 먹고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한 어린이 손님이다. 동글동글한 인상에 안경을 꼈지만 유들유들한 억양으로 야무지게 원하는 바를 정확히 주문하는 손님인데 사실 웬만한 어른들 보다 주문을 더 잘한다. 웅얼웅얼하거나 도리도리하는 손님도 있는 판국에 정확하게 메뉴 이거 주시고 포장해 갈 거예요라고 하는 손님은 어찌나 기특한지 모른다.
내가 오전반 오픈 조여서 그런지 굉장히 오래간만에 본 듯한 느낌에 되게 오래간만에 본거 같아요라고 이야기하니까 정확히 64일 만에 온 거라고 한다.. ㅋㅋㅋ 되게 오래간만이긴 하는군요라고 이야기했더니 숙제랑 학원 다니느라 바빴다는데 귀엽기도 하다. 근데 마주 보는 시선이 불쑥 커버린 느낌에 키가 제법 큰 거 같기도 하다고 하니까 갑자기 방언 터지듯이 자기가 한 달에 몇 센티가 컸다는 둥 반에서 두 번째로 큰데 첫 번째로 큰 친구가 누구라는 둥 술술 이야기를 해주는데 기쁨 가득한 목소리가 쾌활하다.
다행히 바쁜 시간대는 조금 지나서 스몰토크를 계속 이어나간다. 아이가 야무져 보여서 몇 살이냐고 조심스레 물어봤더니. (예전에 한 어린이는 아이의 나이는 함부로 묻는 게 아니라고 했었다..ㅋㅋㅋㅋ 농담이긴 했지만 어찌나 웃었던지..) 11년 되었단다. 확실히 초등학교 4학년 치고는 좀 큰 키에 제법 큰 편이구나라고 했더니 뿌듯해한다. 슬며시 어깨가 2cm 정도 하늘 높이 올라온 게 보인다면 거짓말 같아 보이려나.. 메뉴를 만들고 기특한 마음에 슬며시 서비스를 넣어준다. 잘 먹고 잘 자고 차 조심하고 또 오라는데 갑자기 주머니에 자기가 가진 전 재산을 보여주더니 팔고 있는 음료수랑 금액이 똑같다고 운명이라고 음료수도 주문한단다. 주문 이유가 너무나 귀여워서 그 어린이가 가고도 한참을 웃었다. 귀엽기도 하고 따습기도 한 꼬마친구 덕에 모처럼 일하면서 웃어보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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