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마음이 약해지는 건 항상 매 순간을 열심히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게 아닐까 싶다.
한때 가장 많이 봤던 영상들은 3일간의 기록이나 인간극장을 보곤 했었다. 지금은 많이 변질되어서 예전만큼 잘 챙겨보진 않지만 유퀴즈도 챙겨봤었다. 나와 같은 일반인들이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서비스직종에 종사한 지 10년 차가 되면서 인간혐오가 살짝 온 적이 있었다. 나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나 역시도 저 사람도 나를 함부로 대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었다. 그럴 때 그런 영상들을 찾아보면 주변에 티가 나지 않았을 뿐 다정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많구나를 느낀다. 특히 역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같은 과거 한 사건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을 보며 믿을 수 없게도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한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인간은 악하다는 성악설을 맹신했던 내가 틀렸음을 다시 알게 되기도 한다. 가끔 보다가 울컥해서 눈물짓기도 하지만 말이다.
몇달전만 하더라도 정말 사소한 것에 꽂혀서 화를 내곤 했었다. 부끄럽지만.. 서비스직종이다 보니 사람에게 인사하곤 하면 거의 십중팔구는 쌩 무시하거나, 대답이 짧거나 심지어 대꾸도 안 하는 경우가 있어 사람으로서의 대우를 못 받는다는 자격지심이 있곤 했다. 지금은 상대가 어떤 반응이든 내가 먼저 사근사근 대화하고 먼저 기분 좋게 응대를 하다 보니 수줍게 잘 먹고 간다고 인사해 주는 손님도 많이 늘었고, 어린 꼬마손님이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하곤 하면 그 용기가 쉽지 않음을 알기에 꼬박꼬박 존칭 해주고 대답을 해주려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도 먼저 인사하기도 하고, 다른 매장에 손님으로 가도 먼저 인사를 하기도 하고, 근무하는 매장에 배달기사님이 오면 꼬박꼬박 먼저 조심히 가세요~라고 하기도 하고 바쁘고 정신없으면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멀뚱멀뚱 가던 기사님도 안녕하쎄용~~ 하며 콧소리 가득 인사해주시기도 하고 수고하세요~ 하고 인사해주시기도 한다. 내가 워낙 목청이 좋아서 기사님들이 화들짝 놀라기도 하지만..ㅎㅎ 가끔 기사님이 아니라 손님인데 조심히 가라고 인사하는 무서운 점원이 되기도 하는 건 웃프다.
우스갯소리로 나이들어서 눈물이 많아진 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그냥 눈물이 많았다. 6.25 발굴유해단이 나오는 다큐영상을 보며 눈물이 주룩 흐르기도 하고.. 사실 평상시에는 내가 날카롭고 냉정하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어쩌면 내 마음을 다칠까 봐 꽁꽁 숨기느라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느 모습이나 나의 모습이긴 하지만.. 이 세상에 열심히 사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이 풀렸으면 한다. 노력이 모두 보상받진 않지만 보상받길 바라는 마음이 유독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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