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지나가는 많은 것이 원래는 모두 존재하지 않았다는 진실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요즘 물건을 많이 없애려고 하고 있다. 읽지 않고 쌓아놨던 책들이나, 읽었는데 언젠가는 또 읽겠지 했던 책들도 버리고 있다. 하물며 안 입는 옷들과 엄마가 결혼 전 입었던 옷들도 내 다 버리고, 언젠가는 입겠지 하면서 살이 쪄서 입지 못하는 옷들이나 언젠가는 입겠지 하고 놔둔 바뀌기 전 회사 유니폼이나 중학생 때 교복과 엄마아들의 군복(민방위도 끝났음)도, 엄마아들의 조기축구회 유니폼도 버렸다. 결국 사라지는 것들인데 왜 내 방에 굳이 수납을 하는지 모르겠다. 방 주인인 나조차도 동의를 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사라질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어코 물건을 사 모으던 수집벽을 없앤 지는 제법 되었다. 이가 나가서 보기 흉한 밥그릇도 그냥 사용 중이고 국그릇과 밥그릇이 짝이 안 맞아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쓴다. 우리 집은 내가 텀블러를 쓰는 데다가 엄마도 커다란 물병을 써서 굳이 물컵을 쓸 필요가 없는 데다가 엄마와 나 둘 다 그릇에 그렇게 별 관심이 없어서 그릇을 안 산 지 수십 년이 되었다. 둘 다 식재료비로 돈을 쓰지 물질에 그렇게 돈을 쓰는 편이 아니라서 그냥 무던하게 짝이 안 맞는 젓가락도 반찬이 집히면 된다는 생각으로 대충 집어먹는다. 그러다 보니 그렇게 물질적으로 뭔가를 사는 건 나의 책 지름신이 강림하는 것과 이맘때 내가 다이어리를 사는 것 말고는 그다지 택배가 오지 않는다.
요즘은 버리는 것도 돈이 드는 시대이다. 우리집에는 10여 년간 작동하지 않는 안마의자도 있고, 한국인이면 모름지기 등받이로 쓴다는 형태만 겨우 존재하는 소파가 있다. 둘 다 공간은 차지하는 데 사용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아 폐기처분 하려고 하니 오히려 돈이 더 든다고 하여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미래의 내가 알아서 버리겠지 하며 빨래나 엄마 이불의 수납하는 가구개념으로 방치 중이다. 농담으로 과거로 돌아간다면 절대 안마의자와 소파를 사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어쩌다 보니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필요해서 샀다기보다는 그냥 하나쯤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에 구매를 했다고 한다. (구매 당시 나는 합가 중이 아니라 따로 나가 살고 있어서 이 구매와 나는 무관함)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둘이 살기에는 과하게 넓은 집인데 처분하지 못해서 그냥저냥 살고 있는데 마음만 같아서는 집을 줄이고 집 대출을 갚아버리고 싶지만 명의가 내 명의가 아니기에 그냥 매달 '집 대출 이자'라고 엄마 계좌로 이체를 한다. 나중에 엄마가 세상에 없을 때 이 집은 니 거라고 하는데 글쎄다.. 어디서 엄마아들이 툭 튀어나와서 본인 몫으로 내놔라 하지 않을까.. 반 나누자고 하면 반을 나누더라도 일단 그때 가서 엄마아들은 몰라도 내 노후자금은 든든하게 월 300만 원이 내 계좌로 따박따박 들어왔으면 하는 작지만 아주 큰 꿈을 꾸고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매달 실행 중이다. 결국은 사라진다고 하지만 그래도 내가 죽기 전까지는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할 테니까..
사람사는건 장담할 수 없다고 하는데 난 지금 혼자의 삶이 좋다. 특별한 인연이 있지 않다면 엄마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나 혼자 늙어갈 듯한데 그전에 지금 나의 짐에서 80%정도를 폐기처분하는 게 나의 꿈이자 바람이기도 하다. 미니멀리즘이라는 무소유의 삶은 실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짐에 깔려 죽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짐이 많으면 먼지도 많고 집이 관리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지금도 내방이 난장판이긴 하지만 여기서 짐이 늘면 더 감당이 안될 거 같다. 비움의 미학을 실천해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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