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작업에 종사하는 살마중 상당수가 자기 의견을 말할 때마다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곤 한다. 사실 많은 창작자가 자기 작품이 정말 괜찮은지, 그것이 타인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지는 않을지 두려워한다. 그 두려움이 사과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죄송합니다.'는 "괜히 말했어요.", "말하지 않은 편이 나았어요."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당신은 말해야 한다. 올바른 아이디어를 찾으려면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 사물을 명확하게 보기 위해서도 서로의 관점이 필요하다. 도한 주변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당신 앞에서 기꺼이 말하도록 말해야 한다. 사과는 누군가에게 정말로 잘못했을때 하는 것이다. 만일 그런 상황이 되면 큰소리로 사과하라. 하지만 당신의 관점을 공유한 것에 관해 사과할 필요는 없다. 관점을 공유하는 것은 프로로서 당신이 해야 할 당연한 일이며, 그에 대해서 사과하는 것은 당신 자신뿐만 아니라 당신의 말을 듣는 사람, 당신을 고용한 사람, 그리고 당신이 차지하고 있는 그 공간을 폄하하는 행위다. 당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해서는 안된다. 당신은 어떤 상황일때 지나치게 사과하는가? 왜 그렇게 하는가?
요식업이라는 서비스직종에 근무하다보면 미안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도 사과를 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일종의 쿠션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런 나도 절대 사과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바로 뭔가 사고가 터졌을 때 전화가 와서 고객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를 때다. 사과를 해봐야 제분에 못 이겨서 영혼 없는 사과라고 매도를 당하기도 하고, 당황스러워서 뭐라고 소리 지는지도 잘 들리지 않을뿐더러 다른 지점에서 사고 친 거였는데 일단 사과하고 처리하려고 했더니 기고만장해서 내 말을 하나도 듣지 않아서 되려 시간이 더 소비되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화한 사람의 말로는 만 원짜리 물건을 두 개 주문했는데 메뉴가 잘못 들어가 있다고 욕설부터 했었다.
그 당시 2년차였던 나는 사자후 소리에 바빠서 정신없었던 터라 일단 죄송하다고 했더니 미안하면 다냐고 다다다 잔소리 폭격을 당했었다. 한참 들은 후에야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겠다고 주문 시간대와 메뉴를 확인하는데 전혀 확인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영수증이나 뭐 받은 게 없냐고 하니 네가 안 주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어이상실... 카드 결제하면 문자내용을 받지 않느냐 했더니 확인해야 한다고 잠시 있어봐라고 하고서 내용을 이야기하는데 명지오션점인데 신호대교점.. 네? 지금 전화 주신곳이랑 받으신 곳이 다른데라고 이야기했더니 그럴 왜 이제 이야기하냐고.. 말할 타이밍을 안주셨는데요...? 그냥 퍼부어서 미안하다고 하면 될 거를 음침하게 다 듣고 있었다고(?) 뚝 끊어버렸다.
그때 이후에는 일단 손님에게 저도 확인을 해야 해서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고 메뉴나 시간대 혹은 배달의 경우는 주소지를 물어보고 확인을 거치고 난다음에 내 잘못인 게 확인이 되면 사과를 분명하게 하고 방법을 제시한다. 지금이라도 물건을 보내고 맞교환할지, 차액만큼 환불받길 원하는지.. 처음에는 사과하느라 자존감도 바닥치고 왜인지 내가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종일 우울하기도 하고 입맛을 잃기도 했다. 지금도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일과 나를 분리해서 받아들이려고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언젠가는 감정적으로 다치는 일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분명하고 확실한 사과가 나를 지켜주기도 한다고 많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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