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외과의사가 수술을 할때마다 맨 처음부터 다시 떠올리며 수술한다고 생각해 보라. 수술에 대한 지식을 모두 잊어버리고 교과서에서 수술과정, 수술 도구를 사용하는 법, 절개하는 법에 대해서 읽기 시작한다고 생각해 보라. 말도 안 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하지만 당신은 창조적인 문제를 풀때 종종 이처럼 일한다.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수많은 경험이 있는데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내가 창조적 쓰레기더미라고 부르는 것이 있는데 이는 잠재가치는 있으나 당시 상황에 적합하지 않아 버려진 영감, 아이디어, 해결책의 집합체이다. 이렇게 버려진 아이디어들이 공책, 파일, 하드 드라이버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사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당신이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발굴하지 않는다면 결코 그것들을 발견할 수 없게 된다.
오늘 시간을 투자해서 예전 메모나 프로젝트 노트등을 훑어보고 오랜 시간 잊고 있던 숨겨진 보석이 있는지 확인해 보자. 당신이 찾아 헤매던 멋진 영감을 쓰레기 더미에서 찾을지 모른다. 당시에는 준비되지 않아 별 쓰임새가 없어도 이제는 빛을 발할 수 있는 보석이다. 과거의 메모와 아이디어를 주기적으로 검토하는 습관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지금은 조금 덜한데 예전에는 물건에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다. 그렇다고 비싼건 주머니 사정이 형편이 없었기 때문에 양으로 승부를 본 거 같다. 비싼 옷을 사지 못하니까 지하상가에서 파는 저렴한 옷을 색깔만 다르게 해서 두 개 세 개 가지고 있기도 하고, 무지외반증이 있어 엄지발가락이 휘고 평발이라 오래 걷는 걸 힘들어하는 발의 형편(?)상 운동화만을 신다 보니 비싼 운동화는 손이 떨리면서 만 원짜리 저렴한 스니커즈를 왜 그리 많이 샀는지 모를 일이다. 그래놓은 발은 항상 물집 잡히고, 까지고 해서 밴드를 덕지덕지 바르기도 했다.
수납공간이 많이 없는데다가 집 회사 집 회사만 반복하다 보니 많은 것들이 단출해졌다. 유니폼을 입고 출퇴근을 하다 보니 기본적인 편안함을 추구하게 되면서 값이 나가는 운동화를 사서 5~6년 주야장천 그것만 신기도 한다. 물건의 양을 줄이다 보니 좀 더 나의 물건에 대해 둘러보게 된다. 작년 봄부터 시작한 건데 내 방에 책장이 꽉꽉 차는 바람에 책을 내다 버리면서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 읽었으나 기억을 못 하는 책, 혹은 다 읽지 못하고 방치한 책들도 발견하게 되면서 그때와 또 다른 느낌으로 물건을 대하게 된다.
그러면서 예전에 내가 너무 힘들때 썼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뭇 다른 필체에 처음에는 내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을 읽으면서 남을 비방하고 원망하고 투덜거리는 나의 못난 모습을 보면서 중간중간에 그래도 어떻게든 변화해 보려고 인터넷 강의를 메모한 것들도 같이 읽게 되었다. 아마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당장의 지금 코앞의 불평불만을 하느라고 여념이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다 보니 자꾸 안 좋은 찌꺼기를 곱씹다 보니 금세 일기 쓰는 습관을 중단해 버렸다. 매일매일이 뭐가 그렇게 불평불만이 가득했을까 싶어서 짠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아마도 계속 안 좋은 감정을 나도 모르게 곱씹다 보니 서서히 일기 쓰기에서 멀어졌던 게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된다. 5년이 지나서 지금은 어떻게든 일기 쓰기를 습관으로 만들려고 용을 쓰고 있는데 참 사람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작년 10월부터 쓰기 시작했던 일기는 뭘 먹었는지 뭘 했는지 철저히 그날에 내가 한 것들, 그리고 뭐에 만족했는지를 쓰는 전혀 다른 일기를 쓰고 있었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내가 변하려고 하다 보니 예민함의 극치를 달리던 내가 무던해지고 좀 더 무던해지려고 하는 내 모습이 낯설다.
요즘은 의식적으로 나의 물건을 조금은 줄여보려고 노력중이다. 너무 많은 물건들에 치여서 헛된 돈을 쓰는 게 썩 유쾌하지 않다. 그저 내가 애정하는 몇몇 물건을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뭔가 새로운 소비를 하더라도 새로운 것보다는 기존의 가지고 있는 물건과 함께 사용하게끔 무던한 물건들을 찾게 된다. 내가 가진 것들을 의식적으로 돌아보려고 하는 게 중요하다.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도 좋고, 새로운 물건을 들이는 것도 좋지만 기존의 물건을 비움으로서 그 공간에 새로운 것을 채우든, 기존의 물건들을 정리하든 조금은 여백의 미를 즐기고 싶어 졌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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