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is better than yesterday

hello's 22 - 23 일상

[23.01.30.] 능숙해지거나 익숙해지거나

hello :-) 2023. 1. 3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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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숙해지거나 익숙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많은 일을 혼자 하다 보면 나름 요령이 생겨서 한 번에 와다다다 하는데 그 지경이 넘어가면 요일마다 하는 일을 계획 세운다. (역시 확신의 J) 일요일이었던 어제의 경우는 양파 까기가 많은 일중 하나인데 지금은 괜찮은데 처음 요식업 할 때는 정말 지긋지긋하게 싫어했다. 

 양파 까기의 역사는 시대를 거슬러 강산을 거슬러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니까..) 대학생 때 단기 알바로 200명 단체 급식하는 곳에 설거지 담당으로 근무할 때로 가는데 그 당시 200인분의 음식을 점심 저녁을 준비하다 보니 양파 큰 거 10kg을 2망을 점심때 까고 저녁때 까고 그랬었다. 그때 엄청 오열하면서 깠었다. 거의 눈도 못 뜨고 깠었는데 그때는 안경을 끼지 않을 때라서 쌩눈(?)으로 폭격당해서 그랬나 싶기도 하다.. 결국 반도 못 까고 감자 2박스 까는 업무로 좌천당했었다. (그때 이후로 웬만하면 감자를 잘 안 먹는다.. 까기 싫어서 껍질채 먹거나..ㅎㅎ)

 그 후에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면서 3일에 한 번씩 10kg 양파 1망을 깠었는데 싱크대에 물 받아서 확 부어서 까라고 목장갑에 칼 한 자루 쥐어줬었다. 지금생각하면 물 때문에 양파껍질이 달라붙어서 안 까졌던 게 맞는데 늦게 깐다고 엄청 까였었다. 한 시간 정도 걸렸던 듯... 까고 정리하고 하면 허리가 너무 아팠었다. 싱크대랑 높이가 안 맞아서..ㅠㅠ 아마 추측컨대 양파 껍질 날린다고 그런 거 같다.. 

 

 지금은 양파를 은색 다라이(?)라고 해야하나.. 아 대형 볼이라고 해야겠다. 한 10개에서 12개 정도 까는데 10분이면 금방 깐다. 그냥 앞뒤 다 잘라내고 칼로 쓰윽 그으면 맨손으로 휘릭까는데 다 까고 물에 한번 씻어서 말려서 봉투에 담아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참.. 세 시간 걸리던 양파 까기가 어쩌다가 10분 내에 해결하게 되었는지.. 괜스레 아침에 양파 까면서 혼자 감격했다. 그리고 지금은 오열하지도 않는다.. 안구건조증이 있어서 그런가.. 흠.. 아님 눈물 흘리는 게 익숙해서 눈을 비비지 않고 눈물 흘리면서 주문받아서 손님들 기겁하게 만들어서 그런가.. 가끔 그럼 내손에 휴지를 쥐어주는 천사 손님이 계신다..ㅎㅎ 

 최근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냥 기계적으로 일하는 게 아닌가 해서 고민을 했었다. 마냥 기계적으로 일하는게 단점은 아니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몸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어느새 기억하고 있는 게 당연한 건데 마냥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고치려고만 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단점이거나 부주의하게 하다가 다치는 경우는 조심해야겠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양파도 많이 썩거나 상태가 안 좋아지는데 까는 양을 조절해야겠다고 못 지킬 다짐을 또 한 번 해보면서 흐뭇하게 양파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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